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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63 노벨생리의학상] 앨런 호지킨, 앤드루 헉슬리, 존 에클스 경 : 신경의 언어, 이온이 말하다

by 어셈블러 202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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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와 생명이 만나던 시절

 

인간은 오래전부터 번개를 두려워했다. 하늘이 내리치는 그 빛과 소리 앞에서, 생명의 본질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18세기 말, 이탈리아의 생리학자 루이지 갈바니가 개구리 다리에 전기 자극을 가하자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목격했을 때, 그는 무언가 심오한 진실에 닿았음을 느꼈다. 생명이 곧 전기라는 것. 그러나 그 관찰로부터 신경이 정확히 어떻게 신호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지 알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20세기 초, 과학자들은 신경 세포, 즉 뉴런이 정보를 전달할 때 전기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기 신호의 정체는 여전히 안개 속이었다. 어떤 이는 단순히 전류가 흐르는 것이라 했고, 어떤 이는 복잡한 화학 반응이 수반될 것이라 추측했다. 시냅스라는 신경 세포 간의 연결 지점에서 신호가 어떻게 건너가는지도 마찬가지였다. 전기적으로 바로 전달되는지, 아니면 어떤 화학 물질이 다리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러한 혼돈의 한가운데서, 세 명의 과학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신경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영국의 앨런 호지킨과 앤드루 헉슬리는 신경 신호의 발생 메커니즘을, 호주의 존 에클스 경은 신경 세포 간 신호 전달의 본질을 캐물었다. 이들이 밝혀낸 진실은 20세기 생명과학의 가장 빛나는 성과 중 하나였으며, 1963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그 위대함이 공인되었다.


 

🖊️ 세 거장의 탄생: 서로 다른 길, 같은 목표

 

앨런 호지킨은 1914년 영국 배스포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던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1930년대 말, 그는 플리머스 해양 생물 연구소에서 오징어의 신경 섬유를 연구하던 중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대상을 발견했다. 오징어의 거대 축삭이었다. 지름이 무려 1밀리미터에 달하는 이 신경 섬유는 당시 기술로도 내부에 전극을 삽입할 수 있었다. 뉴런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열린 것이었다.

앤드루 헉슬리는 1917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지식인 가계로 유명했다. 할아버지는 다윈의 진화론을 열정적으로 지지했던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였고, 이복형은 소설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였다. 앤드루 헉슬리는 케임브리지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호지킨의 연구에 합류했다. 2차 세계대전이 두 사람의 연구를 중단시켰지만, 전쟁 중 레이더 개발에 참여하면서 쌓은 전자공학 지식은 역설적으로 신경 연구에 결정적인 도구가 되었다.

존 에클스는 1903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멜버른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에서 당대 최고의 신경생리학자 찰스 셰링턴 경의 지도를 받았다. 셰링턴은 시냅스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과학자였다. 에클스는 스승의 곁에서 신경 세포 간의 연결 메커니즘에 평생의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그의 초기 신념은 한참 후에야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그 과정이 바로 이 이야기의 백미다.


 

🔬 이온의 춤: 활동 전위의 비밀을 열다

 

1939년, 호지킨과 헉슬리는 오징어 거대 축삭을 이용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전쟁으로 인해 연구가 중단되었다가 전후인 1948년부터 다시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전압 고정 기법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세포막을 가로지르는 전압을 임의의 값으로 고정해놓고 전류를 측정하는 방법이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경이로웠다. 신경 세포가 흥분하면 세포막의 전압이 급격히 변하는데, 이를 활동 전위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이온이 핵심 역할을 했다. 나트륨 이온(Na⁺)과 칼륨 이온(K⁺)이었다.

평상시 신경 세포의 내부는 외부에 비해 약 70밀리볼트 정도 음전위를 띤다. 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먼저 나트륨 채널이 열린다. 나트륨 이온은 농도 기울기와 전기적 인력에 따라 순식간에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이 때문에 세포 내부가 빠르게 양전위를 띠게 된다. 이것이 탈분극이다. 그러나 나트륨 채널은 곧 닫히고, 이번에는 칼륨 채널이 열린다. 칼륨 이온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부는 다시 음전위로 돌아온다. 이것이 재분극이다. 이 전체 과정이 1000분의 1초 안에 일어난다.

더 놀라운 것은 호지킨과 헉슬리가 이 과정을 수학적 방정식으로 완벽하게 기술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세운 호지킨-헉슬리 모델은 오늘날에도 신경생리학의 근간을 이루며, 활동 전위의 발생과 전파를 예측하는 데 쓰인다. 물리학이 천체의 운동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듯, 생리학이 신경 신호를 방정식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신호는 어디서 어디로 전달되는가. 활동 전위는 신경 섬유를 따라 마치 도미노처럼 이웃 부위로 전달된다. 한 지점에서 나트륨이 유입되면 옆 지점의 전압이 변하고, 그곳의 나트륨 채널이 열리며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신호는 초당 수십에서 수백 미터의 속도로 축삭을 따라 달린다. 뇌에서 손가락 끝까지 불과 수십 밀리초 만에 신호가 도달하는 이유다.


 

💬 시냅스의 대화: 에클스의 반전

 

신경 신호가 축삭을 따라 달려오다가 다음 뉴런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두 뉴런 사이에는 시냅스 틈이라는 미세한 공간이 있다. 이 좁은 틈에서 신호는 어떻게 건너가는가.

젊은 시절 에클스는 스승 셰링턴과 함께, 그리고 독립적으로 시냅스 전달이 전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확신했다. 한 뉴런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가 직접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는 생각이었다. 이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당시 전기 시냅스의 존재 자체는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30년대부터 독일의 오토 뢰비와 영국의 헨리 데일이 말초 신경계에서 화학적 전달, 즉 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를 가로지른다는 증거를 잇달아 내놓았다. 에클스는 이들의 연구를 거세게 반박했다. 그의 자존심과 신념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에클스 자신의 실험이 그를 무너뜨렸다. 1951년,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그는 척수 뉴런에 미세 전극을 삽입하는 정교한 기술을 써서 시냅스 후 전위를 직접 측정했다.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흥분성 시냅스 후 전위와 억제성 시냅스 후 전위가 명확히 구분되어 나타났으며, 그 특성은 화학적 전달로만 설명이 가능했다.

에클스는 자신의 오랜 신념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이 순간은 과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자기 반성 중 하나로 기록된다. 그는 새로운 증거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화학적 시냅스 전달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가 되었다. 그가 밝혀낸 내용은 이렇다.

시냅스 전 뉴런에 활동 전위가 도달하면 신경 말단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된다. 이 화학 물질은 시냅스 틈을 가로질러 시냅스 후 뉴런의 수용체에 결합한다. 수용체에 결합하면 이온 채널이 열리거나 닫히고, 이에 따라 흥분성 시냅스 후 전위 또는 억제성 시냅스 후 전위가 발생한다. 전자는 다음 뉴런을 발화시키려 하고, 후자는 억제한다. 뉴런은 수백 수천 개의 시냅스로부터 이 두 종류의 신호를 받아 통합한 후, 최종적으로 발화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뇌는 이 수십억 개의 결정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합창이다.


 

🎬 신념을 꺾는 데 필요한 용기

 

에클스의 이야기에는 인간적인 드라마가 숨어 있다. 한 과학자가 오랫동안 지지해온 이론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할 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데이터를 외면하고 기존 신념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인가.

에클스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도 단순히 인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학적 전달의 기제를 누구보다 정밀하게 규명하는 연구자가 되었다. 그는 억제성 시냅스의 작동 방식을 밝혔다. 억제성 신경 전달 물질은 시냅스 후 뉴런의 특정 이온 채널을 열어 음이온인 염화 이온을 유입시키거나 양이온인 칼륨을 유출시켜 세포를 과분극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뉴런은 흥분하기 더 어려워진다. 뇌에서 억제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면, 이 발견의 의미가 커진다. 간질은 억제 기능이 약해졌을 때 발생한다. 수면, 집중, 근육 조절 모두 억제 시냅스의 활동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에클스의 태도 변화는 과학계에 큰 메시지를 남겼다. 과학은 이렇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 가설은 실험 앞에서 항상 수정될 수 있으며, 그 수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과학자만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에클스는 늦은 나이에 노벨상을 받으며 이 철학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 뇌를 이해하는 언어가 되다

 

호지킨, 헉슬리, 에클스의 연구는 이후 신경과학이 걸어온 모든 길의 토대가 되었다.

이온 채널에 대한 이해는 수많은 약물 개발로 이어졌다.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은 나트륨 채널을 차단하여 통증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게 한다. 항간질제의 상당수는 나트륨 또는 칼슘 채널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해 발작을 막는다. 수면제와 항불안제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억제성 신경 전달 물질인 가바의 수용체를 강화해 뇌를 진정시킨다. 이 모든 약물의 논리는 에클스가 밝혀낸 흥분과 억제의 균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도 빠놓을 수 없다. 호지킨-헉슬리 모델이 없었다면 뉴런의 신호를 컴퓨터가 해독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날 척수 손상 환자의 뇌에 삽입된 전극은 뉴런의 활동 전위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그 신호를 해석해 로봇 팔이나 커서를 움직이게 한다.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타이핑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의 신경망 모델도 뉴런의 작동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는 뉴런이 활동 전위를 내보내는 방식을 모방해 더 에너지 효율적이고 생물학적 현실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호지킨과 헉슬리가 수학적으로 기술한 활동 전위의 방정식이 21세기 인공지능 연구의 영감이 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조현병, 우울증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뇌 질환들은 모두 시냅스 기능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 어느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한지, 어느 수용체가 오작동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에클스가 확립한 시냅스 전달의 기본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 생명의 전기 언어 앞에서

 

앨런 호지킨, 앤드루 헉슬리, 존 에클스 경. 이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시작했고, 서로 다른 질문을 품었지만, 결국 하나의 커다란 진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 뇌가 전기와 화학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사실이었다.

호지킨과 헉슬리는 그 전기 신호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이온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나트륨이 들어오고 칼륨이 나가는 극히 단순한 이온의 춤이 100억 개의 뉴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며 인간의 사고와 감정과 기억을 만들어낸다. 에클스는 그 신호가 뉴런에서 뉴런으로 어떻게 건너가는지, 흥분과 억제의 미묘한 균형이 어떻게 뇌의 복잡한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연구는 환원주의의 위대한 승리이기도 하다. 거대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뇌의 기능이 결국 이온 농도 차이와 수용체 결합이라는 단순한 물리화학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시에 그 단순한 법칙들이 빚어내는 복잡성과 아름다움은 여전히 인간의 완전한 이해를 비켜간다.

그들이 켠 등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 뇌과학의 모든 연구실에서, 신약 개발의 모든 실험대 앞에서,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의 모든 컴퓨터 화면 앞에서 호지킨-헉슬리의 방정식과 에클스의 시냅스 이론은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매 순간, 수십억 개의 이온이 춤을 춘다. 그 춤을 처음으로 기록한 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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