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는 가끔 불가능한 일을 합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넘지 못하면 절대 넘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연료가 부족하면 언덕을 오를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전자는 장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장벽이 충분히 얇다면. 이것이 양자 터널링입니다.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 터널링 현상의 발견과 응용에 수여되었습니다.
레오 에사키 — 반도체에서 터널링에 의한 부저항 현상을 발견.
이바르 기아에베르 — 초전도체에서 터널링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
브라이언 조지프슨 — 두 초전도체 사이 박막에서 일어나는 조지프슨 효과를 이론으로 예측.
📜 파트 1. 양자 터널링 — 고전 물리학이 허용하지 않는 것
고전 역학에서는 간단한 법칙이 있습니다. 입자가 어떤 에너지 장벽을 만났을 때, 그 입자의 에너지가 장벽의 높이보다 낮으면 장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공을 던질 때 속도가 부족하면 산을 넘지 못하고 굴러 내려오는 것과 같습니다.
양자역학은 이것을 완전히 다르게 봅니다. 양자 세계에서 입자는 정확한 위치를 갖지 않고, 공간 어딘가에 존재할 확률 분포로 기술됩니다. 이 파동함수는 장벽 안에서도 완전히 0이 되지 않습니다. 지수적으로 감쇠하면서 장벽 너머까지 뻗어 있습니다.
따라서 장벽이 충분히 얇다면, 장벽 너머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 0이 아닙니다. 입자가 장벽을 통과한 것입니다. 에너지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양자 터널링입니다. 빛의 광자가 유리와 공기 경계에서 완전 내부 반사가 일어나야 할 조건에서도 아주 얇은 공기층을 통과하는 현상, 방사성 붕괴에서 알파 입자가 원자핵의 강한 핵력 장벽을 통과해 나오는 현상, 이 모두가 양자 터널링입니다.
터널링 현상은 1920년대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이론적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실제로 방사성 붕괴를 설명하는 데 처음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초전도체에서 터널링이 실용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에사키와 기아에베르의 실험이었습니다.
📜 파트 2. 레오 에사키 — 소니 연구실에서 나온 발견
레오 에사키는 192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도쿄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소니의 전신인 도쿄통신공업의 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에사키는 1957년 소니 연구소에서 매우 고도로 도핑된 게르마늄 p-n 접합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p-n 접합 다이오드는 순방향 전압을 높이면 전류가 증가합니다. 그런데 에사키가 실험하던 고도 도핑 접합에서는 순방향 전압이 특정 값 이하일 때 전압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전류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부저항입니다. 보통 물질에서는 전압을 높이면 전류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 소자에서는 특정 전압 범위에서 전압이 높아지면 전류가 줄어들었습니다.
에사키는 이것이 전자의 양자 터널링 때문임을 알아냈습니다. 고도로 도핑된 p-n 접합에서 p형과 n형 사이의 에너지 장벽이 매우 얇아지고, 전자가 이 얇은 장벽을 고전적으로 통과하는 대신 터널링으로 통과합니다. 전압이 특정 범위일 때 이 터널 전류가 최대가 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감소합니다.
이것을 이용한 소자가 에사키 다이오드, 또는 터널 다이오드입니다.
터널 다이오드의 특성은 독특합니다. 부저항 특성 때문에 고주파 발진기나 증폭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방사선에 강하고, 소음이 적습니다. 군사 통신 장비와 우주 탐사 장비에 사용되었습니다.
에사키는 이후 IBM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반도체 초격자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두 가지 반도체를 교대로 쌓아 인공적인 주기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 반도체 레이저와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들의 조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사키는 현재도 생존해 있으며, 2025년 기준으로 100세에 가까운 나이입니다. 물리학계에서 역사적 인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 파트 3. 이바르 기아에베르 — 초전도체에서 터널링을 보다
이바르 기아에베르는 1929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태어났습니다. 공학을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했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물리학을 독학으로 깊이 공부했습니다.
기아에베르는 에사키의 터널 다이오드 논문을 읽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반도체에서 터널링이 가능하다면, 초전도체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초전도체는 BCS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 갭을 가집니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층을 끼우면, 전자가 이 갭을 터널링해서 통과할 수 있을까?
1960년 기아에베르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얇은 알루미늄 필름을 증착하고, 그 위에 얇은 산화 알루미늄 절연층을 만들고, 그 위에 납 필름을 증착했습니다. 알루미늄-산화물-납 샌드위치 구조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납이 초전도 상태가 됩니다.
실험 결과는 극적이었습니다. 이 구조에서의 전류-전압 곡선이 BCS 이론이 예측하는 에너지 갭의 존재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압이 에너지 갭에 해당하는 값보다 낮을 때는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다가, 그 값을 넘으면 갑자기 전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터널링을 확인한 것 이상이었습니다. 초전도체의 에너지 갭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입니다. BCS 이론의 핵심 예측 중 하나인 에너지 갭이 실험으로 직접 확인되었습니다.
기아에베르는 물리학 학위도 없이 독학으로 이 중요한 발견을 이루어냈습니다. 이것은 과학에서 공식 학력보다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파트 4. 브라이언 조지프슨 — 22세 학생의 이론
브라이언 데이비드 조지프슨은 1940년 영국 카디프에서 태어났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공부했고, 1962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조지프슨이 조지프슨 효과를 예측한 것은 박사 논문 작업을 하던 시절, 겨우 22세 때였습니다.
그는 두 초전도체를 얇은 절연층으로 분리한 구조를 이론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기아에베르의 실험처럼 보통 전자들이 터널링하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조지프슨은 더 깊이 생각했습니다. 초전도체에서 전자들은 쿠퍼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쿠퍼 쌍 자체가 터널링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쿠퍼 쌍이 터널링하면 보통 전자의 터널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 일어납니다.
첫 번째는 직류 조지프슨 효과입니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아무런 전압이 없어도 전류가 흐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전 상식에 완전히 위배됩니다. 전압이 없으면 전류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두 초전도체의 거대 파동함수 사이의 위상 차이가 있으면, 그 위상 차이에 비례해서 전류가 흐릅니다.
두 번째는 교류 조지프슨 효과입니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직류 전압 V를 걸면, 주파수가 정확히 2eV/h인 교류 전류가 흐릅니다. 여기서 e는 전자의 전하, h는 플랑크 상수입니다. 전압과 주파수 사이에 물리 상수만으로 결정되는 정확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예측은 모두 실험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조지프슨은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당대 최고 물리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이론적으로 발견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이론을 발표했을 때 당대 노벨상 수상자들조차 의심했습니다. 존 바딘은 처음에 조지프슨의 예측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이 조지프슨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지프슨은 노벨상을 받은 후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의식과 마음의 물리학, 심령 현상 등 비정통적 주제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학술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줍니다.
📜 파트 5. 조지프슨 효과의 응용 — 전압 표준, SQUID, 양자 컴퓨터
조지프슨 효과는 현대 기술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응용을 낳았습니다.
교류 조지프슨 효과는 전압과 주파수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제공합니다. 주파수는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지프슨 효과를 이용하면 전압을 극도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전압의 SI 단위는 조지프슨 상수를 이용해 정의됩니다. 전 세계 표준 기관들이 조지프슨 접합을 이용해 전압 표준을 유지합니다.
SQUID는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의 약자입니다. 두 개의 조지프슨 접합을 초전도 링으로 연결한 구조입니다. 이 소자를 통과하는 자기 선속이 바뀌면 전류가 변하는데, 이 관계가 극도로 민감합니다. SQUID는 자기 선속 양자 하나, 즉 약 2×10^-15 Wb 수준의 자기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지구 자기장의 수십억 분의 일 수준입니다.
이 극도의 민감도는 다양한 응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미약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자도 검사가 SQUID를 사용합니다. 심장의 자기 신호를 측정하는 심자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하 자원 탐사, 지진 감지, 잠수함 탐지에도 사용됩니다.
가장 미래적인 응용은 양자 컴퓨터입니다. IBM이나 구글이 개발하는 초전도 양자 컴퓨터는 조지프슨 접합을 기반으로 한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조지프슨 접합의 비선형적 특성이 원하는 주파수에서 공명하는 양자 에너지 준위를 만들고, 이것이 큐비트가 됩니다. 마이크로파로 큐비트를 제어하고 읽어냅니다. 2019년 구글이 54개의 초전도 큐비트로 양자 우월성을 주장한 실험이 이 기술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터널링이라는 양자역학의 기이한 현상이 현대 기술의 핵심이 된 것입니다.
📜 파트 6. 1973년 노벨상과 터널링의 세계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은 에사키, 기아에베르, 조지프슨이 나누어 받았습니다.
수상 이유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에사키와 기아에베르에게는 반도체와 초전도체에서의 터널링 현상에 관한 실험적 발견에 대하여.
조지프슨에게는 얇은 장벽을 통한 초전류의 이론적 예측.
조지프슨은 수상 당시 33세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젊은 물리학 노벨상 수상자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양자 터널링은 첨단 기술의 모든 곳에 있습니다. 반도체 소자가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지면서 터널링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됩니다. 스마트폰 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가 몇 나노미터 크기가 되면, 전자가 채널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장벽을 터널링으로 통과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반도체 소자 소형화의 한계 중 하나입니다.
반면 터널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플래시 메모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USB 드라이브, SSD, 스마트폰 저장 장치가 모두 플래시 메모리입니다. 플래시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쓸 때 전자가 얇은 절연층을 터널링해서 플로팅 게이트에 갇힙니다. 이 갇힌 전자들이 0과 1을 표현합니다.
전자가 벽을 뚫고 지나간다는 것. 에사키가 소니 연구소에서 발견하고, 기아에베르가 초전도체에서 확인하고, 조지프슨이 쿠퍼 쌍의 터널링을 예측했던 그 현상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기들의 핵심 원리입니다.
📜 파트 7. 터널링이 지배하는 나노 세계
나노미터 크기의 세계에서는 양자 터널링이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 됩니다.
반도체 소자가 작아질수록 터널링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현재 사용되는 7nm, 5nm 공정의 트랜지스터에서 게이트 절연막의 두께가 불과 1~2nm 수준입니다. 이 두께에서 전자가 터널링으로 절연막을 통과해서 누설 전류가 생깁니다. 이 누설 전류가 소비 전력을 높이고 소자 오작동의 원인이 됩니다.
반도체 업계는 이 터널링 누설 전류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유전율이 높은 절연막 재료를 사용하거나, 소자 구조를 3차원으로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소자 원리를 도입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반면 터널링을 적극 활용하는 소자도 있습니다. 터널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 TFET는 에사키 다이오드처럼 터널링을 이용해 전류를 제어합니다. 기존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낮은 전압에서 동작할 수 있어 저전력 소자로 연구 중입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터널링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USB 드라이브와 SSD의 데이터 저장이 얇은 산화막을 통한 전자 터널링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압을 가해 전자를 플로팅 게이트에 밀어 넣으면 0이 되고, 반대 전압을 가해 전자를 빼내면 1이 됩니다. 이 쓰기와 지우기 과정이 터널링입니다.
STM — 주사 터널링 현미경 — 은 터널링의 거리 민감도를 이용합니다. 1986년 노벨상을 받은 비니히와 로러의 발명입니다. 이 현미경이 원자 하나하나를 보고 조작하는 나노기술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 파트 8. 조지프슨 효과와 미래 기술
조지프슨 효과는 21세기 기술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 SQUID는 기후 변화 연구에도 사용됩니다.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땅 속의 유물을 비파괴로 탐색하거나, 지하에 매설된 파이프나 케이블의 위치를 찾는 데도 사용됩니다.
의료 분야에서 SQUID를 이용한 뇌자도 MEG 검사는 간질 발생원의 위치를 정확히 찾거나, 뇌의 활성화 패턴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사용됩니다. fMRI보다 시간 분해능이 훨씬 높아서 뇌의 빠른 신경 활동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초전도 양자 컴퓨터는 조지프슨 접합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IBM의 이글, 헤론 프로세서, 구글의 시카모어 프로세서 — 이것들이 모두 조지프슨 접합 기반 큐비트로 만들어졌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현실화되면 신약 개발, 암호 해독, 최적화 문제 해결에 혁명을 가져올 것입니다.
단일 광자 검출기로서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 광자 검출기 SNSPD가 있습니다. 초전도 나노와이어에 광자 하나가 닿으면 저항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것을 감지합니다. 양자 통신과 양자 암호에서 단일 광자 검출이 필수적입니다.
에사키, 기아에베르, 조지프슨이 1960년대 발견한 터널링 현상. 그 현상이 6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노기술, 의료 진단, 양자 컴퓨팅의 핵심 원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벽을 뚫고 지나가는 전자들이 미래 기술을 이끌고 있습니다.
📜 파트 9. 세 사람의 서로 다른 길 — 물리학은 한 가지 방식이 아니다
에사키, 기아에베르, 조지프슨. 이 세 사람의 삶의 궤적은 물리학 연구에 얼마나 다양한 방식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에사키는 기업 연구소에서 출발했습니다. 소니라는 회사의 연구원으로서 반도체 소자를 개선하려는 응용 목적의 연구를 하다가 근본적인 발견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그는 IBM 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반도체 초격자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에사키가 보여준 것은 산업 연구소에서도 노벨상급 발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아에베르는 물리학 학위 없이 독학으로 이 발견을 이루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이민한 후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논문을 읽고 스스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공식 학력보다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지프슨은 전통적인 이론물리학의 길을 걸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기존 이론들을 깊이 공부하고 그 한계를 넘는 새로운 현상을 이론적으로 예측했습니다. 그것도 당대 최고 권위자들이 의심할 만한 예측을. 그리고 22세 학생의 예측이 옳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달랐습니다. 그들이 공유한 것은 양자 터널링이라는 현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그것을 실험이나 이론으로 탐구하겠다는 집요함이었습니다. 물리학은 천재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에사키, 기아에베르, 조지프슨이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조지프슨이 자신의 예측에 당당했다는 점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존 바딘이 틀렸다고 했을 때, 22세 박사 과정 학생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실험이 자신의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서 권위는 결국 실험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그것이 과학이 다른 지식 체계와 다른 점이고, 젊은 과학자들이 두려움 없이 새로운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터널링 현상. 벽을 뚫고 지나가는 전자. 그 기이하고 아름다운 양자 세계의 성질이 1973년 노벨상의 주제였고, 오늘날 인류 기술 문명의 숨은 엔진입니다.
📜 파트 10. 1973년 노벨상의 의미 — 양자 세계의 문을 열다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은 에사키, 기아에베르, 조지프슨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상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졌습니다. 에사키와 기아에베르는 반도체와 초전도체에서의 터널링 현상 발견으로, 조지프슨은 얇은 장벽을 통한 초전류의 이론적 예측으로 각각 수상했습니다.
이 세 연구가 공통으로 보여준 것은 양자역학이 단순히 원자 내부의 이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양자 효과가 실용적인 소자와 기술에서 직접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을 측정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 인식이 이후 양자 기술이라는 분야를 탄생시켰습니다.
에사키는 2025년 기준으로 100세 가까운 나이에도 생존해 있습니다. 기아에베르는 2019년 9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지프슨은 현재도 케임브리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만년에는 의식과 물리학의 접점에 관심을 가지고 비정통적인 탐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1960년대에 개척한 터널링의 과학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조지프슨 접합이 없었다면 초전도 양자 컴퓨터가 없었을 것이고, 에사키 다이오드가 없었다면 반도체 초격자와 현대 레이저 기술의 일부가 달라졌을 것이며, 기아에베르의 터널 분광학이 없었다면 BCS 이론의 에너지 갭 검증이 늦어졌을 것입니다. 세 발견이 함께 양자 기술의 기반을 완성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양자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터널링입니다. 저장된 사진, 재생되는 음악, 전송되는 메시지 — 이 모든 것이 어딘가에서 터널링 현상을 이용합니다. 에사키가 1957년 소니 연구소에서 발견한 그 현상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스마트폰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 파트 11. 에사키의 반도체 초격자 —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다
에사키는 터널링 발견 이후 IBM 연구소로 이동해 반도체 초격자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초격자는 두 가지 다른 반도체를 수 나노미터 두께로 번갈아 쌓은 인공 주기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갈륨비소와 알루미늄갈륨비소를 교대로 쌓으면, 전자에게 인위적인 에너지 우물과 장벽의 배열이 만들어집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으로 설계된 새로운 종류의 물질입니다.
이 초격자에서 전자는 터널링으로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합니다. 이 운동의 특성이 일반 반도체와 다릅니다. 초격자의 층 두께와 재료를 바꾸면 전자의 운동 특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레이저가 중요한 응용입니다. CD 플레이어, DVD, 레이저 포인터, 광통신에 사용되는 반도체 레이저가 이 초격자 구조를 이용합니다. 두 재료의 경계에서 전자와 정공이 결합하면서 빛을 방출합니다. 초격자를 이용하면 레이저의 파장과 효율을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 HEMT도 초격자 기술에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의 고주파 통신 회로, 위성 통신, 레이더 시스템에 사용되는 매우 빠른 트랜지스터입니다. 초격자 계면에 갇힌 2차원 전자계에서 전자가 거의 장애물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빠른 스위칭이 가능합니다.
에사키가 1957년 터널 다이오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초격자 연구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터널링이라는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초격자 설계의 기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파트 12. 조지프슨 접합의 전압 표준 — 측정의 혁명
교류 조지프슨 효과는 현대 측정 표준의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교류 조지프슨 효과에 따르면 두 초전도체 사이에 직류 전압 V를 걸면 주파수 f = 2eV/h인 교류 전류가 흐릅니다. 여기서 e는 전자의 전하이고 h는 플랑크 상수입니다. 이 관계에는 오직 기본 물리 상수만 있습니다.
주파수는 원자시계로 극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지프슨 효과를 이용하면 전압을 기본 물리 상수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전압 표준의 기반이 됩니다.
전 세계 표준 기관들이 조지프슨 접합 배열을 이용해 전압 표준을 유지합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독일 연방물리기술연구소 등이 모두 조지프슨 전압 표준을 사용합니다.
2019년 국제단위계가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이 기본 물리 상수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전류 단위 암페어는 전자 전하를 정확한 값으로 고정해서 정의됩니다. 이 재정의에서 조지프슨 효과와 양자 홀 효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2세 학생 조지프슨이 1962년 예측한 효과가 국제 측정 체계의 근간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