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들이 결정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무질서한 재료에서 전자는 어떻게 이동하는가. 자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질문들에 답한 세 사람이 1977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받았습니다.
필립 앤더슨 — 무질서한 계에서의 전자 국소화와 고체 물리학의 근본 이론들을 만들었습니다.
네빌 모트 — 금속-절연체 전이를 포함한 무질서 고체의 전자 이론을 연구했습니다.
존 반 블렉 — 자성체의 기초 이론을 확립했습니다.
📜 파트 1. 응집물질 물리학이란 무엇인가
물리학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는 응집물질 물리학입니다. 원자핵보다 훨씬 크고 우주보다 훨씬 작은 규모, 즉 많은 원자들이 모여 고체나 액체를 이루는 세계를 연구합니다.
개별 원자의 성질은 양자역학으로 잘 이해됩니다. 하지만 10^23개의 원자가 모이면 완전히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자성, 초전도, 금속, 절연체, 반도체 — 이것들은 개별 원자에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적 성질입니다.
필립 앤더슨은 응집물질 물리학의 철학적 기초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1972년 그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더 많으면 다르다, More is Different였습니다.
그 논문에서 앤더슨은 주장합니다. 복잡한 계에서는 기본 법칙을 안다고 해서 그 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조직 수준에서 새로운 현상이 창발됩니다. 초전도는 전자의 양자역학에서 논리적으로 따라오지만, 그것을 미리 예측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생명 현상은 원자의 물리학에서 따라오지만,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습니다. 각 복잡성 수준에서 새로운 법칙들이 나타납니다.
이 철학은 응집물질 물리학이 독자적인 분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근거가 되었고, 많은 물리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더 많으면 다르다는 이 단순한 명제가 물리학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환원주의적 시각이 지배하던 시대에 창발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것이었습니다.
📜 파트 2. 필립 앤더슨 — 응집물질 물리학의 거장
필립 워런 앤더슨은 1923년 미국 인디애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반 블렉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벨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연구하다가 후에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가 되었습니다.
앤더슨은 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자신의 연구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로 회고했습니다. 당시 벨 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곳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체물리학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환경에서 앤더슨은 자유롭게 근본적인 질문들을 탐구했습니다.
앤더슨의 업적은 광범위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앤더슨 국소화입니다.
1958년 앤더슨은 무질서한 계에서 전자의 운동에 관한 놀라운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완전한 결정에서 전자는 자유롭게 이동하며 금속처럼 전기를 잘 전달합니다. 에너지 띠 이론이 이것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결정에 불순물이나 결함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앤더슨이 보인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질서의 정도가 충분히 크다면 전자들이 이동하지 못하고 공간 특정 위치에 국소화됩니다. 파동함수가 공간적으로 국한되어 멀리까지 뻗어나가지 못합니다. 이것이 앤더슨 국소화입니다.
비유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완벽하게 평탄한 바닥에서는 공이 부드럽게 굴러갑니다. 하지만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구멍투성이라면, 공이 어딘가에 빠져서 멀리 가지 못합니다. 전자도 무질서한 격자 안에서 이런 식으로 갇힐 수 있습니다.
물질의 전기적 성질이 무질서의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이것이 도체-절연체 전이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단순한 에너지 띠 구조만이 아니라 무질서가 전자의 국소화를 일으키고 절연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앤더슨 국소화는 현대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반도체 소자에서 불순물의 효과, 아모르퍼스 반도체의 전기 전도, 심지어 빛의 국소화까지 앤더슨 국소화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앤더슨의 또 다른 중요한 업적은 자발적 대칭성 깨짐입니다. 물리 법칙이 어떤 대칭성을 가지더라도, 계의 바닥 상태가 그 대칭성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석이 되는 철에서 스핀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이 자발적 대칭성 깨짐의 예입니다. 이 개념은 나중에 힉스 메커니즘으로 이어졌습니다. 힉스 메커니즘은 빈 공간의 힉스 장이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통해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앤더슨은 2020년 96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파트 3. 네빌 모트 — 금속과 절연체의 경계
네빌 프랜시스 모트는 1905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물리학의 여러 분야에 공헌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모트 절연체 이론입니다.
에너지 띠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 띠가 부분적으로 채워져 있으면 금속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산화망간처럼 3d 전자 껍질이 반쯤 채워진 재료들은 에너지 띠 이론으로는 금속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절연체입니다.
모트는 이것이 전자 간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 띠 이론은 전자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들은 같은 음전하를 가지고 서로를 밀어냅니다. 이 전자-전자 상호작용이 충분히 강하면,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한 전자 옆에 다른 전자가 오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전자들이 이동하지 못하게 되어 절연체가 됩니다.
이것을 비유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좁은 골목에 자동차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각 공간에 차가 한 대 있을 때, 추가 차가 들어오려면 기존 차가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차가 자리를 비워줄 에너지가 없다면 새 차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전자도 이런 식으로 서로를 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절연체를 모트 절연체 또는 모트-허버드 절연체라고 합니다.
모트 절연체의 개념은 강상관 전자계 물리학의 기초입니다. 전이금속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의 모 물질, 무거운 페르미온 계 등이 모두 강한 전자-전자 상호작용이 중요한 계들입니다.
모트는 또한 비정질 반도체와 무질서한 계의 전기 전도에 관한 중요한 이론들을 발전시켰습니다. 변수 범위 도약이라는 전도 메커니즘이 그 중 하나입니다.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이론적 기초가 여기 있습니다.
모트는 1996년 9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파트 4. 존 반 블렉 — 자성 이론의 기초
존 하스브로크 반 블렉은 1899년 미국 코네티컷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났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교육했습니다.
반 블렉은 자성체 물리학의 기초를 양자역학으로 정립한 사람입니다.
자성은 왜 일어나는가? 이 질문의 답을 양자역학 이전에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고전 통계역학에 따르면 외부 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 자성이 생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재료가 자성을 보입니다.
반 블렉은 자성이 전자의 스핀과 궤도 각운동량에서 온다는 것을 양자역학적으로 엄밀하게 보였습니다. 또한 결정 전기장이 자기 이온의 에너지 준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결정장 이론이라는 분야가 반 블렉의 연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전이금속 착물의 색깔, 자기 성질, 반응성을 예측하는 이론입니다. 루비가 빨간 이유, 에메랄드가 녹색인 이유를 결정장 이론이 설명합니다. 전이금속 이온이 결정 환경에서 어떤 에너지 준위를 갖는지, 어떤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지가 결정장 이론으로 계산됩니다. 촉매, 색소, 의료 MRI에 사용되는 조영제 — 이 모두가 결정장 이론과 관련됩니다.
반 블렉은 앤더슨의 박사 지도 교수이기도 했습니다. 앤더슨이 훗날 노벨상을 받을 때, 그의 지적 뿌리 중 하나가 반 블렉이었습니다. 스승이 제자를 노벨상으로 이끄는 지적 계보가 이렇게 이어진 것입니다.
반 블렉은 1980년 8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파트 5. 1977년 노벨상과 응집물질 물리학의 미래
1977년 노벨 물리학상은 앤더슨, 모트, 반 블렉이 공동으로 받았습니다.
수상 이유는 자성과 무질서 계의 전자 구조에 관한 기초적 이론 연구에 대하여.
이들이 개척한 응집물질 물리학은 오늘날 물리학에서 가장 넓고 활발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반도체 기술. 현대 컴퓨터, 스마트폰, 태양전지의 핵심인 반도체 소자는 응집물질 물리학의 산물입니다. 실리콘 안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불순물이 어떻게 전도성을 바꾸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반도체 기술의 기초입니다.
자성 저장 장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는 자성 재료에 정보를 저장합니다. 자성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거대 자기저항 효과의 발견으로 고밀도 저장이 가능해졌고, 이것으로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습니다.
고온 초전도. 앤더슨 자신이 고온 초전도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이론을 제안했습니다. 비록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지만, 앤더슨이 제안한 공명 원자가 결합이라는 개념은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위상 물질. 최근 10여 년간 응집물질 물리학의 가장 흥미로운 발전 중 하나는 위상적으로 보호된 물질 상태들입니다. 위상 절연체, 위상 반금속, 위상 초전도체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들은 앤더슨 국소화, 모트 절연체, 대칭성 깨짐 개념들 위에 서 있습니다.
양자 컴퓨팅. 위상적으로 보호된 큐비트, 즉 환경 잡음에 덜 민감한 큐비트를 만들려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이것도 응집물질 물리학의 위상적 개념들을 활용합니다.
앤더슨이 말했습니다. 더 많으면 다르다. 수십조 개의 전자가 모이면 단순한 양자역학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나타납니다. 그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응집물질 물리학이고, 그 탐구가 현대 기술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 파트 6. 앤더슨의 철학 —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필립 앤더슨은 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과학 철학자였습니다.
1972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더 많으면 다르다 논문은 환원주의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환원주의는 모든 현상을 더 기본적인 법칙으로 환원해서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리학을 배우면 화학을 설명할 수 있고, 화학을 배우면 생물학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입니다.
앤더슨은 이것에 반대했습니다. 더 복잡한 조직 수준에서는 새로운 법칙들이 창발합니다. 이 창발적 법칙들은 더 기본적인 법칙에서 원리적으로 따라오지만, 실제로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생각은 복잡계 과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산타페이 연구소 같은 복잡계 연구 기관들이 앤더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경제학, 생태학, 뇌과학에서 창발적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앤더슨은 또한 고에너지 물리학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슈퍼 초전도 충돌기 SSC 건설에 반대했습니다. 그 예산으로 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SSC는 결국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1993년 취소되었습니다.
96세까지 살면서 앤더슨은 물리학의 변천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양자역학의 확립, 반도체 혁명, 고온 초전도의 발견, 위상 물질의 발견. 그 모든 것에 그가 기여했습니다.
앤더슨의 인생은 한 과학자가 수십 년에 걸쳐 한 분야를 얼마나 깊이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단순히 몇 가지 발견을 한 것이 아니라, 응집물질 물리학이라는 분야 자체를 형성했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들, 제시한 개념들, 표현한 철학이 이 분야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 파트 7. 응집물질 물리학의 현재와 미래
응집물질 물리학은 21세기에도 가장 활발한 물리학 분야입니다.
위상 물질 혁명.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위상적 상 전이와 위상적 물질 상에 수여되었습니다. 위상 절연체는 내부는 절연체이지만 표면은 금속처럼 전류가 흐르는 물질입니다. 이 표면 전류는 위상학적으로 보호받아서 불순물이나 결함에 의해 산란되지 않습니다. 앤더슨 국소화로 설명되는 일반적인 전자 산란이 여기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2차원 재료. 2004년 그래핀의 발견으로 2010년 노벨상이 수여되었습니다. 탄소 원자 하나 두께의 2차원 재료인 그래핀은 놀라운 전기적, 기계적 성질을 가집니다. 이후 육방 질화붕소, 이황화 몰리브덴 등 다양한 2차원 재료들이 발견되었고, 이것들을 쌓아서 새로운 성질을 만드는 반데르발스 헤테로구조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강상관 전자계. 전이금속 산화물처럼 전자-전자 상호작용이 강한 재료들은 아직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신기한 현상들을 보입니다. 모트 절연체, 고온 초전도, 각종 자성 상들이 이 계열에 속합니다. 모트의 이론이 예언한 강상관 전자의 세계는 아직도 탐구되고 있습니다.
앤더슨, 모트, 반 블렉이 개척한 응집물질 물리학의 기초 위에서 이 모든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파트 8. 세 사람이 남긴 것 — 일상 속의 응집물질 물리학
앤더슨, 모트, 반 블렉의 연구가 일상생활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놀랍습니다.
반 블렉이 정립한 결정장 이론은 MRI 조영제와 직결됩니다. 병원에서 MRI 촬영 시 사용하는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가 왜 효과적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결정장 이론이 설명합니다. 가돌리늄 이온의 자기적 성질이 수소 원자의 핵자기공명 신호를 강화하는 원리가 결정장 이론의 응용입니다.
모트의 이론은 비정질 재료의 전기 전도를 설명하는데, 이것이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로 이어집니다. 지붕에 설치되는 박막 태양전지들 중 일부가 비정질 실리콘을 사용합니다. 완벽한 결정이 아닌 무질서한 실리콘에서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이론적 이해가 모트의 연구에 기반합니다.
앤더슨 국소화는 현대 반도체 공학에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트랜지스터가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수록, 불순물 하나하나가 전자의 이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집니다. 이 효과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앤더슨 국소화 이론이 사용됩니다.
더 나아가 앤더슨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 개념은 입자물리학의 힉스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 2012년 힉스 보손 발견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습니다. 응집물질 물리학에서 나온 개념이 우주 전체 물질의 질량 기원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 것입니다. 물리학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입니다.
더 많으면 다르다. 앤더슨의 이 명제는 물리학을 넘어 과학 철학, 복잡계 과학, 심지어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원자 하나에서 사회 전체까지, 새로운 조직 수준에서는 새로운 법칙이 창발한다는 이 통찰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세 사람이 닦은 기초 위에서 응집물질 물리학은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성, 무질서, 금속과 절연체의 경계 — 이 오래된 질문들이 여전히 새로운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 파트 9. 세 세대를 잇는 지적 전통
반 블렉은 앤더슨의 스승이었고, 앤더슨의 연구는 수많은 제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물리학에서 지적 계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입니다.
반 블렉이 1920~1930년대에 자성의 양자역학을 정립했습니다. 그가 하버드에서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이 앤더슨이었습니다. 앤더슨은 스승의 기반 위에서 무질서의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앤더슨의 제자들, 또 그 제자들의 제자들이 응집물질 물리학의 각 분야를 발전시켰습니다.
모트는 독립적인 길을 걸었지만, 앤더슨과 깊이 교류했습니다. 앤더슨 국소화와 모트의 무질서 이론은 서로 보완하며 고체물리학의 큰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시대, 다른 기관, 다른 나라에 있었지만 같은 큰 질문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왜 어떤 물질은 금속이고 어떤 것은 절연체인가. 자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질서가 물질의 성질을 어떻게 바꾸는가.
이 질문들은 실험실 안의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반도체 산업, 자성 저장 장치, 태양전지, MRI — 현대 기술의 핵심 분야들이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위에 서 있습니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탐구가 결국 인류의 삶을 바꾸는 기술로 이어졌습니다.
필립 앤더슨은 202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나이 96세였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지 40년이 넘게 지난 후였습니다. 그 40년 동안에도 앤더슨은 꾸준히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노벨상이 그의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이었습니다. 과학자로서의 삶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응집물질 물리학의 새로운 발전들에 대해 날카로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모트는 1996년에, 반 블렉은 198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 사람 모두 긴 삶 동안 물리학에 헌신했습니다. 그들이 남긴 이론들은 오늘도 교과서에 살아있고, 실험실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 많으면 다르다. 이 단순한 명제 하나가 물리학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앤더슨, 모트, 반 블렉 — 이 세 사람의 이름은 그 변화의 이정표들입니다.
📜 파트 10. 응집물질 물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응집물질 물리학은 환원주의의 한계를 가르쳐줍니다. 우리는 전자 하나의 운동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양자역학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철이 왜 자석이 되는지, 구리가 왜 전기를 잘 전도하는지 직접 유도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 사이에는 수십조 개의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층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교훈은 물리학을 넘어서도 중요합니다.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개인 한 명의 행동 규칙을 안다고 사회 전체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뇌를 이해하는 데도 뉴런 하나의 발화 패턴을 안다고 의식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더 많으면 다르다는 원리가 자연과 인간 사회 전반에 걸쳐 작동합니다.
앤더슨, 모트, 반 블렉의 연구가 개척한 것은 단순히 고체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그 방법론이 물리학에서 시작해 화학, 생물학, 뇌과학, 경제학으로 퍼져나갔습니다.
1977년 노벨 물리학상. 자성과 무질서를 연구한 세 사람에게 수여된 이 상은 그래서 단순한 물리학 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인류의 노력에 대한 인정이었습니다. 더 많으면 다르고,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탐구는 계속됩니다.
📜 파트 12. 응집물질 물리학이 풀어야 할 미해결 문제들
앤더슨, 모트, 반 블렉이 세운 토대 위에서도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고온 초전도의 메커니즘. 1986년 발견된 구리산화물 고온 초전도체가 어떻게 초전도가 되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앤더슨 자신이 공명 원자가 결합 이론을 제안했지만 논쟁이 계속됩니다.
모트 절연체의 다이나믹스. 전자-전자 상호작용이 강한 모트 절연체에 도핑을 하거나 압력을 가하면 금속-절연체 전이가 일어납니다. 이 전이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 그 중간 단계에서 어떤 흥미로운 상들이 나타나는지 연구 중입니다.
양자 스핀 액체. 기하학적 좌절이 있는 자성체에서 온도가 절대 영도로 낮아져도 자기 질서가 생기지 않는 양자 스핀 액체 상태가 있습니다. 이것은 장거리 얽힘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양자 상입니다. 위상 양자 컴퓨팅의 후보 재료이기도 합니다.
뫼즈바우어 스펙트럼과 강상관 계. 철 같은 전이금속 화합물에서 뫼즈바우어 분광학이 강상관 계의 물리를 탐구하는 데 사용됩니다. 반 블렉의 결정장 이론이 이 분광학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합니다.
응집물질 물리학은 여전히 가장 많은 미해결 문제를 가진 분야입니다. 그것이 이 분야를 계속 흥미롭게 만듭니다.
전이금속 산화물 연구는 오늘날 새로운 에너지 재료 개발과 연결됩니다. 배터리 전극 재료, 연료전지 촉매, 태양전지 흡수층 — 이 모두가 전이금속 산화물을 포함합니다. 모트 절연체 개념을 포함한 강상관 전자계 이론이 이 재료들의 설계에 관련됩니다. 기초 물리학이 청정 에너지 기술로 이어지는 긴 사슬의 한 고리입니다.
앤더슨 국소화는 최근 양자 시뮬레이터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입니다. 차가운 원자로 만든 인공 격자에서 앤더슨 국소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양자컴퓨터의 전 단계 기술이기도 합니다. 1958년 앤더슨이 종이 위의 계산으로 예측한 현상이 21세기에 차가운 원자 실험으로 직접 관측되고 있습니다.
자성도 새로운 기술의 핵심입니다. 스핀트로닉스, 즉 전자의 전하가 아닌 스핀을 정보 저장과 처리에 활용하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반 블렉이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한 전자 스핀이 미래 컴퓨터 기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세 사람의 이름. 앤더슨, 모트, 반 블렉. 이 이름들이 응집물질 물리학의 교과서에 수없이 등장합니다. 앤더슨 국소화, 모트 절연체, 반 블렉의 결정장 이론. 이들이 만든 개념들이 70년, 8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은, 그 개념들이 자연의 깊은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더슨, 모트, 반 블렉이 세운 응집물질 물리학의 토대. 그것이 오늘날 반도체 기술, 자성 재료, 초전도, 위상 물질 연구의 기초입니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스마트폰, 수 테라바이트를 저장하는 하드 디스크, MRI 자석, 양자 컴퓨터 —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이론 위에 서 있습니다. 세 사람이 보여준 것은 물질 안의 전자들이 만드는 세계가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한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