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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03 노벨생리의학상] 닐스 뤼베르 핀센 : 빛으로 어둠을 치료하다 — 루푸스를 광선으로 다스린 선구자

by 어셈블러 2026.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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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2월, 스톡홀름.

이 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혼자서 시상식장에 나타날 수 없었습니다. 병으로 몸이 쇠약해진 그는 휠체어에 의지해 시상을 받았습니다.

닐스 뤼베르 핀센 — 그는 빛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의사였습니다. 그러나 그 연구를 해내는 내내, 그의 몸은 심각한 질병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에너지로 바꾼 사람, 죽음에 가까워지면서도 빛의 치유력을 연구하던 사람 — 닐스 핀센의 이야기는 과학자의 이야기이자 인간 의지의 이야기입니다.


 

🕰️ 빛의 시대를 열기 전, 질병이 지배하던 시대

 

19세기 말은 결핵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유럽에서 결핵은 '하얀 역병'이라 불렸습니다. 폐결핵이 가장 흔했지만, 결핵균은 폐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피부 결핵 — 의학 용어로 루푸스 불라리스(lupus vulgaris) — 은 얼굴과 몸에 붉고 패인 병변을 남겼습니다. 결핵균이 피부 조직에 침투하여 천천히 살을 파먹듯 번지는 이 질병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완치 방법이 없었습니다.

루푸스 불라리스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만 겪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굴에 흉한 병변이 남으면서 사회적 낙인이 찍혔고, 사람들을 피해 은둔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항생제가 발명되기 전인 이 시대에, 이 병에 걸린다는 것은 외모와 삶 모두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의학계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외과적 절제는 재발이 많았고, 전통적인 약물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환자의 몸에 달군 쇠를 대는 고통스러운 시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핀센의 아이디어는 매우 이단적으로 들렸습니다. "빛으로 치료하자."


 

🖊️ 질병과 싸우면서 질병을 연구한 의사

 

1860년 12월 15일, 덴마크령 페로 제도의 수도 토르스하운. 닐스 뤼베르 핀센은 이 바람이 세고 음산한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페로 제도의 혹독한 기후, 빛이 부족한 환경은 몸이 약한 소년에게 가혹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의 몸은 점점 나빠져만 갔습니다.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졸업한 후, 그는 심각한 질환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장과 간에 문제가 생긴 희귀한 유전성 질환이었습니다. 몸이 붓고, 무력감이 찾아오고, 걷기조차 힘들어지는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는 진료를 포기하고 연구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기에는 몸이 너무 약했지만, 책상 앞에 앉아 생각하고 실험하는 것은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핀센은 자신의 병을 관찰하면서 흥미로운 것을 느꼈습니다. 햇볕이 드는 날, 창가에 앉아 햇빛을 쬐면 몸이 조금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주관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인 그는 여기서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빛이 인체에 작용하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을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그를 광의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로 이끌었습니다.


 

🔬 자외선이 세균을 죽인다 — 빛의 스펙트럼을 나누다

 

핀센의 연구는 먼저 기초적인 관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햇빛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햇빛은 파장에 따라 다른 성질을 가집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열을 전달하는 적외선,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이 중에서 어떤 파장이 인체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를 핀센은 체계적으로 탐구했습니다.

1893년 덴마크 과학 아카데미에 발표한 논문에서 핀센은 주장했습니다. 햇빛 중에서도 단파장의 빛, 특히 자외선 근처 파장대가 세균을 죽이는 살균 효과를 가진다고. 동시에 같은 빛의 열 성분인 적외선은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분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루푸스 불라리스는 결핵균이 피부에 침투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자외선이 세균을 죽인다면, 병변 부위에 집중적으로 자외선을 조사하여 균을 죽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핀센은 치료 방법을 설계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적외선을 제거합니다. 아크 램프나 태양광에서 나오는 빛을 황산구리 용액이나 물 필터를 통해 통과시켜, 열을 내는 적외선을 걸러냅니다. 석영 렌즈는 자외선을 잘 투과시키므로 이를 활용합니다.

둘째, 자외선을 병변 부위에 집중합니다. 렌즈를 통해 빛을 좁은 면적에 집중시켜 강도를 높입니다.

셋째, 혈액을 일시적으로 제거합니다. 피부 표면의 혈액은 빛의 침투를 방해합니다. 압력을 가해 치료 부위의 혈액을 밀어내고 자외선을 조사하면, 빛이 피부 더 깊숙이 침투하여 균에 직접 작용합니다.

치료는 매우 오래 걸렸습니다. 환자들은 하루 몇 시간씩, 수개월에 걸쳐 꾸준히 치료받아야 했습니다. 고통스럽고 지루한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당시 불치병이던 루푸스 불라리스 환자들의 병변이 줄어들고, 피부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핀센의 광선 치료가 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1896년, 핀센은 코펜하겐에 핀센 광선 연구소(Finsen Light Institute)를 설립했습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러 찾아왔고, 이 연구소는 광의학의 국제적인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 빛 뒤에 가려진 그림자 — 한계와 논란

 

핀센의 치료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치료 과정은 극도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이 컸습니다. 특수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했으므로, 일반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광선 치료의 효과가 균일하지 않았습니다. 피부 깊숙이 침투한 균에는 자외선이 닿기 어렵기 때문에, 병변의 위치와 깊이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랐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1940년대에 찾아왔습니다.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결핵 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은 결핵균을 직접 죽였고, 수개월에 걸친 광선 치료 대신 약 몇 알로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루푸스 불라리스 치료에서 광선 치료는 주류에서 밀려났습니다.

핀센은 이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1904년, 노벨상을 받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병에 결국 지고 만 것입니다.


 

📱 핀센의 씨앗에서 자라난 현대 광의학

 

항생제가 광선 치료를 대체했지만, 빛이 의학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핀센의 통찰은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더 정교하게, 더 다양하게 발전했습니다.

피부 질환 치료. 오늘날 건선 환자들은 자외선 B(UVB) 치료를 받습니다. 피부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건선에서, 자외선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이는 효과를 보입니다. 백반증, 아토피, 습진에도 광선 치료가 활용됩니다. 여드름 치료에 블루 라이트와 레드 라이트를 사용하는 것도 핀센의 연구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생아 황달 치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피부가 노래진다면, 병원에서는 형광등 아래 눕혀두는 치료를 합니다. 블루 라이트가 피부 속 빌리루빈을 분해하여 체외로 배출시키는 원리입니다. 핀센이 루푸스 치료에 빛을 활용하던 원리의 현대적 변형입니다.

계절성 우울증(SAD) 치료. 겨울에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해지는 계절성 정동 장애 환자들에게, 강한 백색광을 쬐어주는 광선 치료가 효과를 보입니다. 빛이 뇌의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 암 치료에도 빛이 쓰입니다. 특정 광감작제를 투여하고 레이저를 조사하면, 광감작제가 축적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됩니다. 피부암, 식도암, 방광암 등에 활용되는 이 치료법은 핀센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빛을 무기화한 것입니다.

레이저 치료와 LED 기기. 피부과 시술에서 사용하는 각종 레이저, 미용 목적으로 시판되는 LED 마스크 — 이 모든 것들은 빛의 특정 파장이 피부 세포에 작용한다는 원리를 활용합니다. 핀센이 석영 렌즈로 자외선을 모았던 그 원리가, 이제는 나노미터 단위로 파장을 제어하는 레이저 기기로 진화한 것입니다.


 

📝 고통 속에서 피어난 빛 — 핀센이 남긴 것

 

닐스 핀센의 삶은 아이러니로 가득합니다.

빛의 치유력을 연구한 사람이, 정작 자신의 병은 빛으로 고칠 수 없었습니다. 수백 명의 루푸스 환자에게 새 삶을 선사했지만, 자신은 44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이듬해에.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구체적인 치료법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빛이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활성을 지닌 의학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 증명이 씨앗이 되어, 오늘날 광의학이라는 분야가 피어났습니다.

개인적인 고통이 연구의 동력이 된 경우는 과학사에 드물지 않습니다. 자신이 아파봤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치료법을 찾는 것. 핀센의 경우, 자신의 몸에서 느낀 빛의 감각이 연구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그가 질병과 싸우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한계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 — 그것이 핀센이 보여준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빛으로 어둠을 치료한 사람. 그 자신은 어둠 속에서 빛을 놓지 않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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