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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32 노벨생리의학상] 에드거 에이드리언 · 찰스 셰링턴 경 : 뇌의 언어를 해독한 두 거장

by 어셈블러 202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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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가 말을 건네다

 

193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두 명의 영국 신경생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에드거 에이드리언과 찰스 셰링턴 경.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인류가 뇌를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 사람은 신경 세포 하나가 내뿜는 전기 신호를 최초로 포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수많은 신경 세포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통합하여 하나의 행동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했다.

그들의 연구가 있기 전, 뇌는 말 그대로 검은 상자였다. 생각이 일어나고, 근육이 움직이고,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은 알지만, 그 과정이 어떤 물리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는 깊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1932년 스톡홀름에서 시상된 이 노벨상은 그 안개를 걷어내는 데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한 두 과학자에 대한 인류의 감사이기도 했다.


 

🕰️ 전기가 생명을 설명하기 시작하던 시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전기의 시대였다. 에디슨이 전구를 밝히고, 테슬라가 교류 전류를 세상에 내놓으며 문명 자체가 달라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전기라는 현상이 인간의 몸 안에서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18세기 이탈리아의 루이지 갈바니가 개구리 다리에 전기 자극을 가해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발견한 이래, 신경과 전기 사이의 관계는 생리학의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살아있는 신경 세포 하나에서 발생하는 극히 미세한 전기 신호를 실제로 포착하고 측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당시에는 신경계에 대한 두 가지 큰 논쟁이 존재했다. 하나는 신경계 전체가 그물처럼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망상설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별적인 신경 세포들이 시냅스라는 틈을 두고 연결된다는 신경원설이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현미경 관찰을 통해 신경원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지만, 이 이론의 기능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에드거 에이드리언과 찰스 셰링턴 경은 이 불분명한 영역에 과학적 도구를 들이밀어, 뇌와 신경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명확하고 정량적인 이해를 제공했다.


 

🖊️ 두 탐구자의 삶 : 스승과 제자, 그리고 동반자

 

찰스 스콧 셰링턴 경은 1857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생리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초기 연구는 뇌와 척수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집중되었으나, 셰링턴의 관심사는 단순한 구조 묘사를 넘어섰다. 그는 신경계가 어떻게 정보를 통합하여 조화로운 행동을 만들어내는지라는, 훨씬 더 야심찬 질문에 매달렸다.

반사 작용을 연구하던 셰링턴은 당시 신경 세포들이 물리적으로 연속된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지배적인 망상설에 의문을 품었다. 그의 실험들은 신경 충동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신경 세포들 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으며, 이 틈에서 일종의 조절이 일어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는 이 연결 부위에 시냅스(synapse)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어로 '함께 묶다'라는 뜻이었다. 또한 그는 한 근육이 수축할 때 그 반대편의 길항근이 자동으로 이완된다는 상호 신경 지배의 원리를 발견했다. 이것은 신경계가 흥분성 신호뿐만 아니라 억제성 신호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1906년에 출판된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신경계의 통합적 작용』은 현대 신경과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드거 더글러스 에이드리언은 1889년 역시 런던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셰링턴의 제자이자 동료로서 신경 생리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에이드리언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구체적이고 기술적이었다. 단일 신경 섬유 하나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가?

당시의 측정 기술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신경 섬유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늘었고, 그 안에서 흐르는 전류는 극도로 미약했다. 에이드리언은 진공관 증폭기와 오실로스코프를 활용하여 이 기술적 장벽을 무너뜨렸다. 마침내 그는 단일 신경 섬유에서 발생하는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를 성공적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순간은 신경과학의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 신경의 언어 : 전부 아니면 전무, 그리고 빈도의 비밀

 

에드거 에이드리언이 기록에 성공한 활동 전위는 놀라운 특성을 보였다. 그는 두 가지 핵심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ne) 법칙이었다. 신경 섬유는 특정 역치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항상 일정한 크기의 전기 신호를 발생시킨다. 자극이 아무리 강해도 활동 전위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화약의 양에 상관없이 항상 같은 힘으로 총알이 발사되는 것과 같았다. 역치에 미치지 못하는 자극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이 발견은 신경계가 디지털 방식으로, 즉 0과 1의 언어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 번째는 빈도 인코딩(frequency coding)이었다. 그렇다면 뇌는 자극의 강도를 어떻게 구분할까? 에이드리언이 발견한 답은 빈도였다. 자극이 강할수록 신경 섬유는 더 높은 빈도로 활동 전위를 발생시킨다. 약한 압력은 초당 몇 번의 충동을, 강한 압력은 초당 수십 번의 충동을 만들어낸다. 개별 충동의 크기는 동일하지만, 그 빈도가 자극의 강도를 인코딩하는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과 놀랍도록 유사한 원리였다.

에이드리언은 이 원리를 감각 신경에도 적용했다. 피부의 촉각 수용기, 근육의 신장 수용기 등 다양한 감각 기관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였다. 우리가 무언가를 만질 때, 그 촉감의 강도는 피부 수용기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경 충동의 빈도로 표현된다는 것이었다.

한편 찰스 셰링턴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신경계의 통합적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그가 가장 주목한 것은 반사 작용이었다. 뜨거운 것에 손을 댔을 때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츠리는 그 순간, 신경계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셰링턴은 반사 작용이 단순한 자극-반응의 연결이 아니라, 신경계가 다양한 신호를 받아 통합하고 조율하는 복잡한 과정의 결과임을 보였다. 한 근육이 수축할 때 그 길항근은 반드시 이완되어야 한다. 이 조화로운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흥분성 신호만이 아니라, 특정 신경 세포들을 억제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신경계는 흥분과 억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교한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셰링턴은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핵심 단위로 시냅스를 제시했다. 시냅스에서 신호는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며(일방 통행성), 신호가 지나갈 때 미세한 시간 지연이 발생하며, 여러 신경 세포에서 오는 신호들이 통합된다. 이 통합의 결과로 다음 신경 세포가 활성화될지, 아니면 억제될지가 결정된다. 셰링턴은 이것을 신경계의 통합적 작용이라고 불렀다.


 

🎬 미완의 퍼즐과 다음 세대의 도전

 

에이드리언과 셰링턴의 노벨상 수상은 신경과학의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지만, 그들의 발견은 새로운 질문들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특히 시냅스를 통한 정보 전달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셰링턴은 시냅스의 존재와 그 기능적 특성을 명확히 밝혔지만, 신경 충동이 시냅스를 어떻게 건너뛰는지의 문제는 열려 있었다. 전기적으로 직접 전달되는가, 아니면 어떤 화학 물질을 통해 전달되는가? 당시 과학계에서는 두 학설이 팽팽하게 맞섰고, 셰링턴 자신은 전기적 전달 쪽에 더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1921년, 오스트리아의 오토 뢰비가 개구리 심장 실험을 통해 신경이 화학 물질을 방출하여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물질은 나중에 아세틸콜린으로 밝혀졌다. 뢰비와 영국의 헨리 데일 경은 이 공로로 193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셰링턴이 정의한 시냅스의 화학적 메커니즘이 드디어 밝혀진 것이었다.

또한, 셰링턴의 제자 존 에클스는 처음에는 스승처럼 전기적 전달을 지지했지만, 결국 수많은 실험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바꾸고 화학적 시냅스 전달 연구에 기여하여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승의 이론을 이어받아 더 깊이 파고든 제자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이다.

에이드리언의 빈도 인코딩 원리도 이후 신경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가 개발한 전기 신호 기록 기술은 뇌전도(EEG)와 같은 현대 신경 진단 기술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다. 에이드리언 자신도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연구로 나아갔으며, 이는 뇌파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

이처럼 에이드리언과 셰링턴의 업적은 닫힌 결론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신경과학의 대화를 시작한 서두였다.


 

📱 뇌를 해독하는 기술들, 그 모든 것의 출발점

 

에이드리언과 셰링턴이 100년 전 밝혀낸 신경계의 원리는 오늘날 우리 삶의 곳곳에 살아있다. 그 영향은 의학을 넘어 기술과 산업의 영역으로 깊숙이 뻗어 있다.

현대 신경 질환 진단의 핵심인 뇌전도(EEG)는 에이드리언이 개발한 전기 신호 기록 기술의 직접적인 계승자다. 뇌전도는 간질, 수면 장애,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을 진단하는 데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근전도(EMG) 역시 에이드리언의 연구에 기반하여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평가한다.

셰링턴이 제시한 시냅스 개념은 현대 정신과 약물학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 불안 장애 치료제, 항정신병 약물 등은 모두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표적으로 한다. 셰링턴이 없었다면 이 약물들의 작용 원리를 설명할 개념적 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에이드리언의 발견에 직접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 뇌의 전기 신호를 해독하여 컴퓨터나 로봇 팔을 제어하는 이 기술은 척수 손상으로 사지 마비가 된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외부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신경 신호의 빈도와 패턴이 특정 의도를 표현한다는 에이드리언의 통찰이 없었다면, 이 기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현대 인공지능의 핵심인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은 셰링턴의 시냅스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인공 신경망에서 노드들 사이의 가중치 연결은 실제 시냅스에서 신경 세포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얼굴 인식, 번역 기능 등은 모두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다.


 

📝 의식의 문을 열어준 두 사람

 

에드거 에이드리언과 찰스 셰링턴 경의 이야기는 과학이 어떻게 진보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다. 한 사람은 나무를 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숲을 보았다. 에이드리언은 개별 신경 세포의 전기 언어를 해독했고, 셰링턴은 그 언어로 이루어지는 신경계 전체의 문법을 설명했다. 이 두 관점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뇌를 이해하는 완전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었다.

그들의 연구는 또한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을 웅변한다. 에이드리언이 개발한 정밀한 전기 신호 측정 기술, 셰링턴이 고안한 정교한 반사 실험들은 막연한 직관을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지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신경계에 대한 이해는 철학적 사변의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셰링턴은 노년에 의식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글들을 남겼다. 그는 뇌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물리적 과정이 어떻게 주관적인 경험, 즉 의식으로 이어지는지는 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이 겸손한 인정은 위대한 과학자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열어준 문 너머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신비가 기다리고 있고, 그것이 오늘날에도 수많은 신경과학자들을 이 분야로 이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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