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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3_[NEW] 노벨화학상

[1946 노벨화학상] 제임스 섬너, 존 노스럽, 웬들 스탠리 : 효소와 바이러스의 결정체를 손에 쥔 사람들

by 어셈블러 202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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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는 살아있습니다.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20세기 초까지도 많은 과학자들은 효소가 결정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정화는 무생물 화학 물질의 성질이고, 효소는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활성을 가지는 신비로운 생명력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효소는 단순한 화학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임스 섬너는 9년의 집요한 도전 끝에 그 믿음을 깨뜨렸습니다. 1926년, 그는 잭빈에서 유레아제라는 효소를 결정화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순수한 단백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효소는 신비로운 생명력이 아니라, 단백질이었습니다. 화학의 언어로 이해하고, 실험실에서 정제하고 결정화할 수 있는 분자.

이 발견이 생화학을 현대 과학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 제임스 섬너 — 한 팔로 효소의 세계를 정복한 과학자

 

제임스 비첨 섬너는 1887년 11월 19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캔턴에서 태어났습니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 환경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7살 때 사냥 사고로 왼팔을 잃었습니다. 오른손잡이이던 섬너에게 팔을 잃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실험 화학자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함을 의미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섬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른손만으로 모든 실험을 수행하는 법을 익혔고, 오히려 한 손으로 더 섬세한 실험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1914년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섬너는 코넬 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9년의 외로운 도전

 

코넬에서 섬너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효소를 결정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생화학자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섬너의 연구 목표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시간 낭비하는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코넬의 동료들도 그의 연구에 냉담했고, 학과장은 실용적인 의학 연구를 하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섬너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1917년부터 1926년까지, 9년 동안 그는 잭빈에서 유레아제를 분리하는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유레아제는 요소를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수백 번의 실험 실패가 이어졌습니다. 동료들은 그를 비웃었습니다. 대학에서도 지원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섬너는 방법을 계속 바꾸고 조건을 최적화하면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결정화

 

1926년, 섬너는 마침내 성공했습니다. 잭빈 추출물을 아세톤으로 처리하고 냉각시키자, 아름다운 팔각형 결정이 생성되었습니다. 이 결정이 유레아제 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섬너는 이 결정이 단백질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여러 분석 방법으로 확인했습니다. 효소는 단백질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학계는 이 발견을 믿지 않았습니다. 당시 권위 있는 생화학자 리하르트 빌슈테터는 섬너의 결론을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그는 섬너가 단백질이 아닌 다른 물질과 함께 효소를 정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존 노스럽의 추가 연구와 다른 효소들의 결정화 성공이 섬너의 주장을 확증했습니다.


 

⚗️ 존 노스럽과 웬들 스탠리 — 효소와 바이러스의 결정화

 

존 노스럽의 효소 연구

 

존 하워드 노스럽은 1891년 7월 5일, 뉴욕 욘커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록펠러 의학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노스럽은 섬너와 독립적으로 효소 결정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930년 그는 소화 효소인 펩신을 결정화하는 데 성공했고, 그것이 단백질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트립신, 키모트립신 등 다른 소화 효소들도 결정화했습니다.

노스럽의 연구는 섬너의 발견을 더욱 확고히 뒷받침했습니다. 효소가 단백질이라는 것은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노스럽은 또한 효소의 활성화와 억제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전구 효소(프로효소)가 활성화되는 과정을 밝혀냈습니다. 예를 들어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트립시노겐이 십이지장에서 어떻게 활성형 트립신으로 변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웬들 스탠리와 바이러스의 결정화

 

웬들 메러디스 스탠리는 1904년 8월 16일, 미국 인디애나 주 리지빌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리노이 대학교와 록펠러 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스탠리의 획기적인 발견은 1935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결정화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는 담배 식물에 얼룩무늬 병을 일으키는 작은 병원체입니다. 1898년 마르티누스 베이예린크가 이것이 살아있는 액체라고 주장했지만, 그 정확한 성질은 40년 가까이 미스터리였습니다.

스탠리는 엄청난 양의 병든 담배 잎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하고 정제하여, 결국 바늘 모양의 아름다운 결정을 얻었습니다. 이 결정은 순수한 단백질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초기 분석에서 이 결정이 거의 순수한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연구에서 핵산(RNA)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 속에 RNA 유전체가 들어있는 구조입니다.


 

🔬 이 발견들이 생화학에 가져온 의미

 

섬너, 노스럽, 스탠리의 발견들은 생화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 중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효소는 화학이다

 

효소가 단백질이라는 것이 확립됨으로써, 생명 현상을 화학의 언어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더 이상 생기론, 즉 생명 현상에는 화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생명력이 있다는 이론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효소가 단백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단백질의 어떤 구조적 특성이 효소 활성을 가능하게 하는가? 이 질문이 구조 생화학과 효소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켰고, 20세기 생화학의 핵심 연구 주제가 되었습니다.

 

바이러스의 이중성

 

스탠리의 바이러스 결정화 발견은 바이러스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결정화될 수 있다면 바이러스는 생물인가 무생물인가?

이 질문은 생물학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밖에서는 완전히 비활성인 화학 분자들의 집합이지만,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는 자신의 복제물을 만들어 증식한다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이 이해는 현대 바이러스학의 기반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를 이해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단백질 구조 연구의 가속화

 

효소와 바이러스를 순수하게 결정화할 수 있게 되자, X선 결정학을 이용해 그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밝히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1960년대에 최초의 효소 구조들이 X선 결정학으로 밝혀지면서, 효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현대 약물 설계의 기반이 됩니다.


 

🏆 1946년 노벨화학상

 

1946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세 명에게 노벨화학상을 수여했습니다.

 

 

섬너에게: "효소를 결정화할 수 있다는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노스럽과 스탠리에게: "효소와 바이러스 단백질의 순수한 형태로의 준비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상금은 섬너가 절반, 노스럽과 스탠리가 각각 4분의 1씩 받았습니다.

섬너는 9년의 외로운 도전 끝에 이룬 발견이 20년 후 노벨상으로 인정받은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 세 수상자의 이후 생애

 

제임스 섬너는 노벨상 수상 후에도 코넬 대학교에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활발하게 연구했으며, 1955년 8월 12일,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존 노스럽은 전후 록펠러 연구소와 버클리 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1987년 5월 27일, 95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웬들 스탠리는 버클리에서 바이러스 연구 그룹을 이끌면서 바이러스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 폴리오 백신 개발 등에 참여했습니다. 1971년 6월 1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 효소 연구가 바꾼 의학과 산업

 

효소가 단백질이고 결정화될 수 있다는 발견은, 오늘날 수조 원 규모의 산업을 탄생시켰습니다.

제약 산업에서는 효소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었습니다. HIV 프로테아제 억제제, 스타틴계 콜레스테롤 저하제, 아스피린의 COX 효소 억제 메커니즘 — 이 모든 것이 효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해진 것들입니다.

식품 산업에서도 효소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치즈 제조에 사용되는 레닌, 세탁 세제 속의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 빵 제조에 사용되는 아밀라아제 — 효소 기반 기술이 현대 식품과 소비재 산업의 기반입니다.

그리고 바이러스 연구는 현대 백신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홍역, 소아마비, 독감, 코로나19 — 이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백신 개발은 스탠리가 시작한 바이러스 결정화와 분자 구조 이해로부터 이어지는 긴 여정의 결실입니다.

한 팔로 실험실에서 9년을 씨름한 섬너, 소화 효소들을 하나씩 정복한 노스럽, 바이러스를 결정으로 만들어낸 스탠리. 이 세 사람이 함께 열어놓은 문을 통해, 현대 생화학이 세상 속으로 걸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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