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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3_[NEW] 노벨화학상

[1949 노벨화학상] 윌리엄 프랜시스 지오크 : 절대 영도를 향한 여정, 극저온에서 발견한 열역학의 비밀

by 어셈블러 202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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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영도. 이론적으로 이보다 낮은 온도는 존재할 수 없다는 우주의 최저 온도, -273.15°C.

1920년대, 과학자들이 이 극한의 온도에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극저온에서 물질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열역학의 법칙들은 0켈빈 근처에서도 그대로 성립하는가?

윌리엄 프랜시스 지오크는 이 질문들에 매혹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존의 냉각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온도 영역에 다가가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 즉 단열 소자(消磁)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그 여정에서 그는 산소 동위원소를 발견하고, 열역학 제3법칙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며, 극저온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1949년 노벨화학상은 그 집요하고 정밀한 탐구에 대한 인정이었습니다.


 

📜 나이아가라 폴스 출신의 조용한 천재

 

윌리엄 프랜시스 지오크는 1895년 5월 12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나이아가라 폴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윌리엄 지오크와 어머니 이자벨 던컨은 미국인이었고, 가족은 나중에 미국 미시간으로 이주했습니다.

어린 시절 지오크는 학교에서 화학보다 전기 공학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친 후 처음에는 전기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미시간 주 미들랜드의 다우 화학 공장에서 2년간 일하면서 화학에 대한 깊은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버클리에서의 만남

 

1916년, 지오크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1920년 학사 학위를 받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1922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은퇴할 때까지 버클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평생 한 기관에 헌신한 학자였습니다.

버클리에서 그의 관심은 화학 열역학, 특히 극저온에서의 물질 행동으로 집중되었습니다.


 

⚗️ 열역학 제3법칙 — 절대 영도를 향한 이론의 길

 

지오크의 연구를 이해하려면 먼저 열역학 제3법칙을 알아야 합니다.

 

네른스트의 열역학 이론

 

1906년, 독일 화학자 발터 네른스트는 중요한 원리를 제안했습니다. 온도가 절대 영도에 가까워질수록, 순수한 결정성 물질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0으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열역학 제3법칙입니다. 절대 영도에서 모든 것이 완전히 질서 있는 상태, 즉 엔트로피가 0인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은 화학 반응의 자발성을 예측하고 화학 평형 상수를 계산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네른스트의 시대에는 이를 실험적으로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웠습니다.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지오크의 실험적 검증

 

지오크는 이 이론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는 다양한 물질의 비열을 아주 낮은 온도에서 정밀하게 측정하여, 엔트로피가 절대 영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실험으로 확인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1920년대에 최첨단의 극저온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액체 수소를 이용해 -253°C까지 냉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극저온에서 다양한 물질의 열역학적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 산소 동위원소의 발견 — 예상치 못한 발견

 

극저온 연구를 진행하던 중 지오크는 예상치 못한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원자량 문제

 

20세기 초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원자량 기준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화학자들은 산소=16.000을 기준으로 원자량을 정의했고, 물리학자들은 약간 다른 기준을 사용했습니다. 이 불일치의 원인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지오크의 발견

 

1929년, 지오크는 산소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소 스펙트럼에 예상치 못한 선들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산소의 동위원소, 즉 산소-17과 산소-18에 해당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자연에서 산소는 대부분 산소-16(99.76%)이지만, 소량의 산소-17(0.04%)과 산소-18(0.20%)이 섞여 있습니다.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산소 원자량 기준은 이 동위원소 혼합물의 평균값이었고,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기준은 산소-16 단독의 값이었습니다. 이것이 두 기준 사이의 불일치 원인이었습니다.

이 발견은 나중에 원자량 기준의 통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원자량 기준은 탄소-12 = 12.000입니다.


 

💡 단열 소자 기법 — 극저온의 새로운 지평

 

지오크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업적은 단열 소자 기법의 개발입니다.

 

기존 극저온 기술의 한계

 

1920년대까지 가장 낮은 온도를 얻는 방법은 액체 수소를 증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1켈빈(약 -272°C)까지 냉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더 이상 내려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절대 영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지오크의 아이디어

 

1926년, 지오크는 단열 소자 기법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핵심 원리는 이렇습니다. 강한 자기장 속에서 상자성 물질은 자기적으로 정렬되면서 엔트로피가 감소합니다. 이 정렬 과정에서 방출된 열을 외부로 방출합니다. 그런 다음 자기장을 단열 조건에서 천천히 제거하면, 물질이 무질서하게 되돌아가면서 주변에서 열을 흡수합니다. 이때 온도가 더 낮아집니다.

이것이 자기 냉각 방법, 즉 단열 소자 기법입니다.

1933년, 지오크와 그의 팀은 이 방법을 실현했습니다. 가돌리늄 황산염이라는 상자성 물질을 이용하여 1켈빈 이하의 온도, 구체적으로는 0.25켈빈까지 냉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인류가 도달한 가장 낮은 온도였습니다. 절대 영도에서 불과 0.25도 떨어진 곳까지 내려간 것이었습니다.


 

🌍 극저온에서 발견한 것들

 

이렇게 낮은 온도에서 물질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지오크의 연구가 밝혀낸 것들은 흥미롭고 때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액체 헬륨과 초유체

 

1938년 다른 과학자들이 헬륨이 약 2.2켈빈 이하에서 초유체 상태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지오크의 극저온 기술이 이런 연구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초유체 헬륨은 점성이 완전히 0이 되는 신비로운 상태입니다. 용기 벽을 타고 스스로 올라가고, 무한정 소용돌이칠 수 있으며, 레이저 냉각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실현하는 데 사용됩니다.

 

초전도성

 

금속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0이 되는 초전도 현상도 극저온 연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MRI 기계의 강한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 자석, 자기부상 열차 등에 응용됩니다.

 

열역학 제3법칙의 검증

 

지오크의 정밀한 극저온 측정은 네른스트의 열역학 제3법칙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물질의 엔트로피가 절대 영도에 가까워질수록 정말로 0으로 수렴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 1949년 노벨화학상

 

1949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윌리엄 프랜시스 지오크에게 노벨화학상을 수여했습니다.

 

 

"화학 열역학 분야의 기여에 대한 공로, 특히 극저온에서의 물질 거동에 관한 공로를 인정하여"

 

 

수상 당시 54세였던 지오크는 여전히 왕성하게 연구 중이었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버클리에서 계속 연구하면서, 더 낮은 온도를 달성하는 방법과 극저온 열역학을 탐구했습니다.


 

✍️ 지오크의 후반생과 유산

 

지오크는 1982년 3월 28일,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버클리에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60년 이상 한 기관에서 연구한 드문 경우였습니다.

그는 소박하고 헌신적인 과학자로 기억됩니다. 화려한 이론보다는 정밀한 실험에 가치를 두었고, 측정의 정확성에 집착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의 극저온 연구는 오늘날 여러 분야에 응용됩니다.

MRI 기계 속의 초전도 자석은 액체 헬륨으로 냉각되는데, 이 냉각 기술의 기반이 지오크의 연구에서 비롯됩니다. 양자 컴퓨터는 절대 영도에 극히 가까운 온도에서 작동합니다. 이것도 극저온 기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우주 망원경의 적외선 감지기도 극저온으로 냉각해야 우주에서 오는 미약한 열 신호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오크가 개발한 단열 소자 기법은 현재도 가장 낮은 온도를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로 사용됩니다.

절대 영도에 가까운 그 극한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 나이아가라 폴스 출신의 과학자. 그가 개척한 극저온의 세계는 오늘날 가장 첨단적인 과학 기술들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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