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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1_[NEW] 노벨물리학상

[1952 노벨물리학상] E.M. 퍼셀 · 펠릭스 블로흐 : 원자핵의 자기 나침반을 읽는 방법을 발명했다 — NMR 기술의 탄생과 MRI로의 여정

by 어셈블러 2026.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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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말, 두 팀이 독립적으로 같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에드워드 퍼셀의 하버드 팀과 펠릭스 블로흐의 스탠퍼드 팀.

두 팀 모두 핵 자기 공명을 고체와 액체 시료에서 처음으로 관측했습니다. 라비가 원자빔에서 보여준 것을 더 다루기 쉬운 시료로 확장한 것이었습니다.

핵 자기 공명 — NMR. 자기장 속에 놓인 원자핵이 특정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현상. 이 현상의 정밀한 측정이 화학 구조 분석의 혁명을 가져왔고, 나중에 MRI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 파트 1. 에드워드 퍼셀 — 레이더 전문가에서 NMR 발명가로

 

에드워드 밀스 퍼셀은 1912년 미국 일리노이 주 테일러빌에서 태어났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퍼셀은 MIT 방사선 연구소에서 레이더 기술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마이크로파와 라디오파를 다루는 기술을 깊이 익혔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하버드로 돌아온 퍼셀은 이 기술을 원자핵 연구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시도어 라비가 1938년 원자빔에서 핵 자기 공명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라비의 방법은 진공 속의 분리된 원자에서만 작동했습니다. 손에 잡히는 고체나 액체 시료에서는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퍼셀은 고체 파라핀 왁스를 시료로 사용해 실험했습니다. 강한 자기장 속에 왁스를 넣고, 다양한 진동수의 라디오파를 쏘면서 에너지 흡수를 측정했습니다. 1945년 12월 30일, 처음으로 핵 자기 공명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퍼셀의 방법은 흡수를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자핵이 특정 진동수의 라디오파를 흡수할 때 에너지 흡수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이것이 흡수 방식 NMR이었습니다.


 

📜 파트 2. 펠릭스 블로흐 — 나치를 피한 스위스 물리학자

 

펠릭스 블로흐는 190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공학을 공부했으나 곧 물리학으로 전환했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 하이젠베르크 밑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의 박사 논문은 금속 내 전자의 양자 이론에 관한 것으로, 고체물리학의 중요한 기여였습니다. 블로흐 파동함수라는 개념이 그 논문에서 나왔습니다.

1933년 히틀러가 독일 수상이 되자 블로흐는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즉시 나라를 떠났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를 거쳐 1934년 미국으로 이주해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블로흐도 레이더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로스 알라모스에서 핵무기 개발에도 관여했으나, 그 방향에 회의를 느끼고 하버드의 라디오 대항책 연구실로 옮겼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블로흐는 스탠퍼드로 돌아와 NMR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방법은 퍼셀과는 달랐습니다. 블로흐는 강한 자기장으로 원자핵의 자기 모멘트를 정렬시킨 후, 이와 수직한 라디오파로 핵들을 교란시키고, 교란된 핵들이 원래 평형 상태로 돌아오면서 방출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이 방출 방식 NMR이었습니다.

블로흐는 이 신호를 자유 유도 감쇠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현대 NMR과 MRI에서 사용하는 펄스 방식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퍼셀의 하버드 팀과 블로흐의 스탠퍼드 팀은 거의 동시에, 독립적으로 같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둘 다 1945년 말에 첫 신호를 포착했고, 1946년 초에 각각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 파트 3. NMR의 원리 — 원자핵의 자기 나침반

 

NMR을 이해하려면 원자핵의 자기 성질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양성자 같은 원자핵은 스핀이라는 내재적 각운동량을 가집니다. 스핀이 있는 하전 입자는 작은 막대 자석처럼 행동합니다. 자기 모멘트를 갖는 것입니다.

강한 외부 자기장 속에 놓이면 이 핵 자석들이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하려 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 따라 완전히 정렬하지 않고, 자기장 방향과 평행하거나 반평행한 두 가지 방향만 허용됩니다. 두 방향에 해당하는 에너지 준위의 차이가 생깁니다.

이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쏘면, 낮은 에너지 준위의 핵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높은 에너지 준위로 전환됩니다. 공명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공명 진동수를 라모어 진동수라고 합니다.

라모어 진동수는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나는 핵의 종류로, 양성자, 탄소-13, 질소-15 등 원자핵마다 고유한 자기 회전 비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외부 자기장의 세기입니다. 1테슬라 자기장에서 수소 양성자의 라모어 진동수는 약 42.6MHz입니다.

NMR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화학적 이동입니다. 같은 종류의 핵이라도 분자 내에서 어떤 화학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라모어 진동수가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주변의 전자들이 만드는 차폐 효과가 핵이 실제로 느끼는 자기장을 약간씩 다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화학적 이동 패턴이 분자 구조의 지문이 됩니다. NMR 스펙트럼을 보면 분자 안의 각 수소 원자가 어떤 탄소에 붙어 있는지, 주변에 어떤 작용기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파트 4. NMR에서 화학 분석의 혁명으로

 

퍼셀과 블로흐가 NMR을 발견한 이후 화학자들이 이것을 분자 구조 분석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NMR 장치는 연속파 방식이었습니다. 자기장을 천천히 변화시키면서 각 진동수에서 공명이 일어나는지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식으로도 기본적인 화학 구조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호가 약했습니다.

1960~70년대에 리처드 에른스트가 펄스 푸리에 변환 NMR을 개발했습니다. 라디오파 펄스를 짧게 쏘아 모든 진동수의 핵을 동시에 교란시키고, 그 후 방출되는 신호를 푸리에 변환으로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민감도와 분석 속도를 극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에른스트는 이 기여로 199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NMR 분광법은 화학 연구실의 필수 분석 도구입니다.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하면 가장 먼저 NMR 스펙트럼을 찍어 구조를 확인합니다. 수소 NMR로 분자 내 수소 원자들의 환경을 파악하고, 탄소-13 NMR로 탄소 뼈대를 분석합니다.

제약 회사에서 신약 개발 시 후보 화합물의 구조를 확인하는 것, 품질 관리에서 제품의 순도를 검사하는 것, 식품 분석에서 성분 조성을 파악하는 것 — NMR이 활용되지 않는 화학 분야가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NMR은 단백질 같은 생체 고분자의 3차원 구조를 결정하는 데도 사용됩니다. X선 결정학으로 결정을 만들기 어려운 단백질의 구조를 NMR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구조 생물학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 파트 5. MRI — NMR이 의학을 바꾸다

 

NMR의 응용 중 가장 혁명적인 것은 MRI입니다.

1970년대 초 폴 로터버는 NMR에 공간 정보를 추가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자기장에 기울기를 주면, 위치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지고 따라서 라모어 진동수도 달라집니다. 이 진동수 차이를 이용해 신호의 공간적 기원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적 재구성을 통해 2차원, 3차원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피터 맨스필드는 에코 평면 영상법을 개발해 MRI 이미지 획득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로터버와 맨스필드는 이 기여로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인체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은 수소 원자핵, 즉 양성자를 가집니다. MRI는 이 수소 양성자의 NMR 신호를 이용해 인체 내부를 영상화합니다.

MRI의 장점은 무엇보다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X선이나 CT와 달리 MRI는 강한 자기장과 무해한 라디오파만 사용합니다. 또한 연부 조직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뇌, 척수, 근육, 인대, 관절의 연골 — X선으로 잘 보이지 않는 조직들이 MRI에서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뇌졸중 진단에서 뇌의 허혈성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MRI가 결정적입니다. 유방암 검진, 전립선암 진단, 척추 질환 평가, 스포츠 손상 진단 — MRI가 없는 현대 의학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기능적 MRI는 뇌가 활동할 때 혈류 변화를 측정해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신경과학 연구에서 혁명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언어, 기억, 감정, 의사결정 등 다양한 인지 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을 연구하는 데 기능적 MRI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 파트 6. 퍼셀의 또 다른 업적 — 우주 수소 21센티미터 선 관측

 

퍼셀은 NMR 외에도 중요한 업적이 있습니다.

1945년 헨드릭 판 드 훌스트는 수소 원자가 21센티미터 파장의 전파를 방출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수소 원자의 전자 스핀이 핵 스핀과 평행에서 반평행으로 바뀔 때 이 파장의 광자를 방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퍼셀은 해럴드 이원 과 함께 1951년 처음으로 이 21센티미터 전파를 우주에서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소가 우주 공간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기 때문에, 이 신호는 우주 전역에서 관측됩니다.

21센티미터 전파는 전파 천문학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우리 은하 전체에 퍼져 있는 수소 가스의 분포를 매핑할 수 있습니다. 수소 가스는 나선 은하의 나선팔을 따라 분포하므로, 21센티미터 선으로 우리 은하의 나선 구조를 처음으로 지도로 그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SETI, 즉 외계 지성 탐색에서도 21센티미터 파장이 관심을 받았습니다. 만약 다른 문명이 우주 어딘가에 있다면, 수소의 21센티미터 선은 우주 어디서든 알 수 있는 자연적 기준점이기 때문에 이 파장에서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 파트 7. 1952년 노벨상과 NMR의 발전 계보

 

1952년 노벨 물리학상은 에드워드 퍼셀과 펠릭스 블로흐가 공동으로 받았습니다.

 

 

"원자핵 자기 정밀 측정을 위한 새로운 방법의 개발과 이와 관련된 발견에 대하여"

 

 

블로흐는 1983년 77세로, 퍼셀은 1997년 84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NMR에서 출발한 기술 계보는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라비가 1938년 원자빔에서 핵 자기 공명 측정법을 발명했습니다. 퍼셀과 블로흐가 1945년 고체와 액체 시료로 확장했습니다. 에른스트가 1960

70년대에 펄스 푸리에 변환 NMR을 개발해 화학 분석 도구로 완성했습니다. 로터버와 맨스필드가 1970

80년대에 MRI를 개발했습니다. 에른스트는 1991년 노벨 화학상, 로터버와 맨스필드는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한 가지 원리, 두 물리학자의 독립적 발견, 그리고 반 세기에 걸쳐 이어지는 응용의 계보. 기초 물리학 연구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사례 중 하나가 NMR의 역사입니다.

오늘날 병원의 MRI 기계 속에서, 연구소의 NMR 분광기 속에서 퍼셀과 블로흐가 1945년 포착한 원자핵의 자기 신호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파트 8. NMR의 세대별 발전 — 연속파에서 2차원 NMR까지

 

NMR 기술은 퍼셀과 블로흐의 최초 발견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혁신을 거듭했습니다.

1세대 NMR은 연속파 방식이었습니다. 자기장을 서서히 변화시키면서 각 주파수에서 흡수를 측정했습니다. 느리고 민감도가 낮았습니다.

2세대 NMR은 리처드 에른스트가 개발한 펄스 푸리에 변환 방식입니다. 짧은 라디오파 펄스를 모든 주파수에 동시에 쏘아 모든 핵을 한꺼번에 교란시키고, 방출 신호를 푸리에 변환으로 분석합니다. 속도와 민감도가 극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에른스트는 199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3세대 NMR은 2차원 NMR입니다. 두 개의 시간 변수를 이용해 2차원 스펙트럼을 만들면, 서로 연결된 핵들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어느 수소가 어느 탄소에 붙어 있는지, 어느 수소가 공간적으로 서로 가까운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복잡한 생체 분자 구조 결정에 필수적인 방법입니다.

쿠르트 뷔트리히는 2차원 NMR으로 단백질 구조를 결정하는 방법을 개발해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퍼셀과 블로흐의 발견에서 시작한 기술이 두 개의 추가 노벨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 파트 9. 고자기장 NMR — 초전도 자석의 활용

 

초전도 자석의 발전이 NMR의 성능을 혁명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초전도 자석은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선재를 감아 만든 자석입니다. 영구적으로 전류가 흐르므로 전력 소모 없이 강한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NMR에서 자기장이 강할수록 화학적 이동의 분해능이 높아집니다. 비슷한 화학 환경을 가진 핵들을 더 잘 구별할 수 있고, 복잡한 분자의 구조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초전도 자석 NMR이 등장하면서 자기장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초기에는 1~2테슬라, 현재는 최고 수준 NMR 기계가 28테슬라에 가까운 자기장을 사용합니다. 이 자기장에서 수소의 공명 주파수가 약 1200MHz에 달합니다.

강한 자기장은 민감도도 높입니다. 자기장이 강할수록 핵의 에너지 준위 차이가 커지고, 더 많은 비율의 핵이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어 신호가 강해집니다.

이 고자기장 NMR이 없었다면 현대 구조 생물학, 신약 개발, 재료 과학의 많은 성과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 파트 10. 우주에서의 NMR — 행성 탐사에서의 응용

 

NMR의 응용은 지구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주 탐사에서도 응용이 시도됩니다.

퍼셀이 처음 관측한 우주 수소의 21센티미터 전파가 이미 우주에서의 응용입니다. 하지만 더 직접적인 응용으로, 화성이나 소행성의 암석과 토양의 구성을 분석하는 소형 NMR 분광기 개발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의 NMR 기계는 수톤의 무게를 가진 초전도 자석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우주선에 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형 영구 자석을 이용하는 저자기장 NMR의 개발이 중요합니다.

저자기장 NMR은 해상도가 낮지만, 화성의 토양이 어떤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지, 유기물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데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흔적을 찾는 화성 탐사에서 NMR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해저 자원 탐사에서 시추공 내에 소형 NMR 측정 장치를 내려보내 지층의 구성을 파악하는 기술이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의 분포를 파악하는 데 NMR이 활용되는 것입니다.

퍼셀과 블로흐가 1945년 실험실에서 처음 포착한 원자핵의 작은 자기 신호가, 화성 탐사와 해저 자원 탐사까지 이어집니다. 기초 과학의 발견이 어디까지 응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입니다.


 

📜 파트 11. 블로흐 방정식 — NMR 신호 분석의 수학적 기초

 

펠릭스 블로흐가 NMR을 기술하기 위해 제안한 블로흐 방정식은 NMR 분야의 수학적 기초가 되었습니다.

블로흐 방정식은 자기화 벡터의 시간 변화를 기술합니다. 외부 자기장 속에서 원자핵들의 집단적 자기 모멘트가 어떻게 세차 운동하고, 라디오파 펄스에 어떻게 반응하며, 교란된 후 어떻게 평형 상태로 돌아오는지를 수학적으로 표현합니다.

블로흐 방정식에는 두 가지 이완 시간이 등장합니다. T1은 세로 이완 시간으로, 자기화가 평형 상태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T2는 가로 이완 시간으로, 위상 일관성이 사라지는 시간입니다.

이 T1과 T2 값이 물질의 종류와 화학 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MRI에서 서로 다른 조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 이 이완 시간의 차이 때문입니다. 지방은 물과 다른 T1, T2를 가지고,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다릅니다. MRI 기계가 이 차이를 영상화합니다.

블로흐 방정식이 없었다면 NMR과 MRI를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실험적 발견과 이론적 기술이 함께 이루어진 것이 NMR 기술의 빠른 발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파트 12. 기능적 MRI — 뇌의 지도를 만들다

 

구조적 MRI가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여준다면, 기능적 MRI는 뇌의 활동을 보여줍니다.

1990년 오가와 세이지가 혈중 산소 수준 의존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면 주변의 혈류가 증가하고, 산화헤모글로빈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산화헤모글로빈과 탈산화헤모글로빈은 자기 성질이 다르므로 NMR 신호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이용해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능적 MRI로 뇌 연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언어, 기억, 감정, 의사결정, 통증 인식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이 뇌의 어느 부위와 관련있는지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신 질환 연구에서도 기능적 MRI가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우울증, 정신분열증, 자폐증 등 정신 질환 환자들의 뇌 활동 패턴이 정상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합니다.

외상성 뇌 손상이나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서 기능적 MRI가 어느 부위의 기능이 손상되었고 어느 부위가 보상적으로 활성화되는지를 추적하는 데 사용됩니다.

퍼셀과 블로흐가 1945년 발견한 NMR이 오늘날 인류가 자신의 뇌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로 발전했습니다.


 

📜 파트 13. NMR과 인공지능 — 딥러닝이 NMR 분석을 바꾼다

 

최근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이 NMR 분석에 새로운 혁명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NMR 스펙트럼을 해석해 분자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복잡한 분자의 스펙트럼에서 각 피크가 어느 원자에 해당하는지, 피크들 사이의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딥러닝 모형이 수백만 개의 NMR 스펙트럼-구조 쌍을 학습한 후, 새로운 스펙트럼에서 분자 구조를 자동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신약 개발에서 구조 규명의 속도를 크게 높입니다.

또한 MRI 이미지 분석에서도 딥러닝이 활용됩니다. 방사선과 전문의가 판독해야 했던 MRI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분석해 종양, 병변 등을 표시합니다. 분석 속도가 빨라지고, 인간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이상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퍼셀과 블로흐가 발견한 NMR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초 물리학의 발견이 80년 후 인공지능과 만나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 파트 14. 퍼셀과 블로흐의 유산 — 원자핵의 목소리를 듣다

 

에드워드 퍼셀과 펠릭스 블로흐가 1945년에 달성한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원자핵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직접 들었다는 것입니다.

원자핵은 자기장 속에서 특정 진동수로 세차 운동합니다. 이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쏘면 공명하고, 그 공명 신호가 원자핵이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퍼셀과 블로흐는 이 메시지를 처음으로 포착했습니다.

그 메시지 안에 화학 구조의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을 화학자들이 NMR 분광법으로 해석했습니다. 그 메시지를 공간적으로 매핑한 것이 MRI입니다.

오늘날 병원에서 MRI 기계가 켜질 때마다, 수백만 개의 수소 원자핵들이 자기장에 정렬하고 라디오파에 공명 반응을 보냅니다. 그 반응이 이미지로 변환되어 의사가 읽습니다. 퍼셀과 블로흐가 처음 들은 원자핵의 미약한 신호가, 오늘날 매년 수억 명의 환자를 진단하는 기술로 성장했습니다.

원자핵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을 찾은 두 물리학자. 그들의 발견이 현대 의학과 화학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 파트 15. NMR의 화학적 이동 — 분자의 지문

 

NMR 분광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화학적 이동입니다. 이것이 NMR을 분자 구조 분석 도구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같은 종류의 원자핵이라도 분자 내에서 어떤 화학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공명 주파수가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에탄올 분자에는 메틸기의 수소, 메틸렌기의 수소, 하이드록실기의 수소가 있습니다. 세 종류의 수소가 모두 다른 공명 주파수를 가집니다.

이 차이가 작지만 측정 가능하고, 특정 화학 환경에서 항상 같은 범위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수소 NMR 스펙트럼의 피크 위치를 보면 그 수소가 어떤 화학 환경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분자의 지문입니다.

화학적 이동이 없다면 NMR은 수소 원자의 총 수를 세는 데만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화학적 이동 덕분에 분자 내의 각 수소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탄소에 붙어 있는지, 주변에 어떤 기능기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대 유기화학에서 NMR이 없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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