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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66 노벨생리의학상] 찰스 B. 허긴스, 페이턴 라우스 : 호르몬이 암을 다스리고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

by 어셈블러 202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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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이라는 미스터리, 두 개의 열쇠

 

암은 오래전부터 인류를 괴롭혀왔다.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종양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히포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카르시노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도 암은 철저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암은 왜 생기는가. 무엇이 정상 세포를 미친 듯이 분열하게 만드는가. 치료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20세기 전반의 의학은 암을 주로 수술과 방사선으로 다루었다. 눈에 보이는 종양을 잘라내거나 태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이된 암, 퍼져버린 암 앞에서 이 방법은 속수무책이었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 암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억제하는지, 그리고 암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1966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서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암에 접근한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찰스 B. 허긴스는 호르몬을 이용해 전립선암을 다스릴 수 있음을 증명했고, 페이턴 라우스는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혁명적인 사실을 반세기 전에 이미 발견했다. 두 발견 모두 당시의 상식을 깼고, 두 발견 모두 현대 암 의학의 초석이 되었다.


 

🖊️ 외과 의사와 병리학자: 두 개의 삶

 

찰스 B. 허긴스는 1901년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태어났다. 앨버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외과 전문의로 출발했다. 1927년 시카고 대학교 외과에 합류하면서 전립선암 연구에 평생을 바치게 된다. 그는 뛰어난 외과 의사이면서도 수술에만 머물지 않았다.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해야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연구는 수술 메스가 아닌 호르몬을 무기로 삼았다.

페이턴 라우스는 1879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났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1909년 뉴욕의 록펠러 의학 연구소(현 록펠러 대학교)에 합류했다. 이 병리학자는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무려 87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받았을 때, 그는 기자들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과학적 진실이 인정받는 데는 때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의 발견과 노벨상 사이에는 55년이라는 긴 세월이 있었다.


 

🔬 호르몬으로 암을 끄다: 허긴스의 혁명

 

허긴스의 연구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전립선암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그는 이 암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특히 전이된 경우에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좌절했다. 그는 전립선이라는 기관 자체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리학적 사실에 주목했다.

그의 가설은 이러했다. 전립선 세포에서 기원한 암세포도 여전히 안드로겐의 영향을 받는다면, 안드로겐을 제거하거나 차단하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1941년 허긴스는 결정적인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립선암 환자에게 고환 제거 수술 또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투여를 시행한 결과, 암의 성장이 현저히 둔화되고 통증이 줄었으며 일부에서는 암이 위축되었다. 이것은 암 치료 역사에서 처음으로 화학적 수단으로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사례였다.

이 발견의 의의는 단순히 전립선암 치료에 국한되지 않았다. 허긴스는 암이 단순히 폭주하는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생체 내 화학적 환경에 반응하는 존재임을 증명했다. 암세포도 정상 세포처럼 신호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후 표적 치료라는 개념의 씨앗이 되었다. 암세포가 의존하는 특정 신호를 차단하면 암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허긴스의 발견은 유방암 치료로도 이어졌다. 유방암 세포의 상당수가 에스트로겐에 의존하며 성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차단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었다. 타목시펜이 그 대표적인 예다. 수백만 명의 유방암 환자들이 이 발견의 직접적인 수혜자다.


 

🔬 바이러스가 암을 만든다: 라우스의 50년 기다림

 

1910년, 페이턴 라우스는 닭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농부가 이상한 종양이 생겼다며 가져온 닭이었다. 라우스는 닭의 종양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여과액만 추출했다. 여과액이므로 세포나 세균은 없고, 있다면 바이러스 같은 훨씬 작은 입자만 있는 것이었다. 이 여과액을 건강한 닭에게 주입했다.

건강한 닭에게 종양이 생겼다.

라우스는 이 결과를 주의 깊게 반복하고 확인한 뒤 1911년에 발표했다. 그의 결론은 명확했다. 암은 작은 감염성 인자, 즉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반응은 냉담했다. 아니, 냉담 이상이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의 발견이 닭에게만 해당되는 특이한 현상이거나, 실험 오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암이 전염성 질환이라는 개념은 당시의 의학적 상식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암은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거의 교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라우스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그 발견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다른 연구 분야에서도 훌륭한 업적을 쌓으면서 긴 과학자 인생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종양 바이러스 발견은 수십 년간 학계 주류에서 외면당했다.

변화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찾아왔다.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바이러스의 본질이 더 잘 이해되면서, 다른 동물에서도 종양 유발 바이러스들이 잇달아 발견되었다. 쥐 백혈병 바이러스, 다른 조류 종양 바이러스들이 보고되었다. 라우스가 먼저 발견한 것이 닭에서의 특이 현상이 아니라 보편적 원리였음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라우스 육종 바이러스, 즉 RSV의 연구는 이후 더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에 마이클 비숍과 해럴드 바머스는 RSV에 있는 종양 유발 유전자, 즉 종양 유전자가 사실은 정상 세포에도 존재하는 유전자의 변형이라는 것을 밝혔다. 이 발견으로 그들은 1989년 노벨상을 받았다. 라우스가 켠 불꽃이 반세기를 타올라 또 하나의 노벨상을 낳은 것이다.


 

🎬 오래 기다린 진실, 그리고 즉각 인정된 발견

 

허긴스와 라우스의 이야기는 과학적 발견이 인정받는 방식의 두 가지 극단을 보여준다.

허긴스의 호르몬 요법은 임상 효과가 즉각적이었다. 전립선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후 통증이 줄고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효과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의료계는 비교적 빠르게 받아들였다. 물론 기존의 수술 중심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초기에는 저항도 있었지만, 데이터 앞에서 반론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라우스의 바이러스-암 연관성은 달랐다. 그의 발견은 데이터로 명확히 뒷받침되었지만, 당시의 패러다임이 너무 강력했다. 암은 비감염성이라는 믿음, 그리고 라우스의 결과가 닭이라는 특수 동물에만 해당된다는 회의론이 결합해 그의 발견을 수십 년간 가두었다.

노벨 위원회가 1966년 라우스에게 상을 준 것은 단순한 연구 업적의 인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과학계가 오랫동안 잘못된 편견으로 한 위대한 발견을 외면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라우스가 1966년 수상 연설에서 말했듯이, 과학적 진실은 결국 밝혀지지만 그 과정에서 편견과 관성이 얼마나 큰 장벽이 될 수 있는지를 그의 이야기는 생생히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간암과 연관된 B형 간염 바이러스(HBV), 일부 림프종 및 위암과 관련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이를 근거로 개발된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라우스의 발견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훨씬 늦어졌을 것이다.


 

📱 현대 암 의학의 두 기둥

 

허긴스와 라우스의 유산은 오늘날 암 의학의 두 축을 형성하고 있다.

호르몬 반응성 암 치료는 전립선암과 유방암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안드로겐 박탈 요법은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유방암에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상태를 검사해 호르몬 반응성이 있는 경우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치료한다. 이 치료들은 허긴스의 통찰, 즉 암세포가 호르몬 신호에 의존할 수 있다는 깨달음 위에 서 있다.

바이러스 종양학은 암 예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HPV 백신은 현재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극적으로 낮추고 있다. HBV 백신은 간암 예방에 기여한다. 이는 암을 감염병처럼 예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수술이나 항암제로 이미 발생한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미리 만들어 암 자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라우스의 발견이 없었다면 이 방향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넓게 보면, 허긴스의 호르몬 요법은 표적 치료의 선구다. 암세포가 특정 신호에 의존한다면 그 신호를 차단해 암을 제어한다는 논리는, 이후 BCR-ABL을 표적으로 하는 이매티닙, EGFR을 표적으로 하는 게피티닙, HER2를 표적으로 하는 허셉틴 등 수많은 표적 항암제로 이어졌다. 암은 신호 체계를 조절해 다스릴 수 있다는 허긴스의 철학이 분자 표적 시대에 활짝 꽃을 피운 것이다.


 

📝 인내와 용기, 그리고 과학의 긴 호흡

 

찰스 B. 허긴스와 페이턴 라우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허긴스는 수술 메스를 내려놓고 호르몬을 집어 들었다. 기존의 암 치료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의 발견은 암이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생체 신호 네트워크에 묶인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그 통찰이 오늘날 정밀 의학의 핵심이 되었다.

라우스는 55년을 기다렸다. 자신의 발견이 시대를 앞서가는 바람에 오랫동안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그는 연구를 계속했다. 그의 이야기는 과학에서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승리가 때로는 한 인간의 생애 전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사람의 업적을 같은 해에 같은 상으로 묶은 노벨 위원회의 선택은 탁월했다. 암의 본질에 대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렌즈, 호르몬의 렌즈와 바이러스의 렌즈가 함께 제시됨으로써, 암이라는 복잡한 현상이 얼마나 다양한 원인과 메커니즘을 가지는지를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그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 암을 극복하는 길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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