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10월, 스톡홀름.
77세의 이탈리아 여성 과학자와 63세의 미국 생화학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나누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리타 레비몬탈치니는 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침실에 비밀 실험실을 꾸리고 닭 배아를 관찰했습니다. 스탠리 코헨은 복잡한 생체 혼합물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하는 탁월한 생화학 기술로 그녀의 발견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세포에게 "자라라"고 명령하는 물질 — 신경성장인자(NGF)와 표피성장인자(EGF)였습니다. 이 발견은 세포의 운명이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주변 환경에서 오는 화학적 신호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는 생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 세포는 왜 자라고, 왜 죽는가 — 1940년대 생물학의 거대한 물음
1940년대는 분자생물학의 여명기였습니다.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사실이 막 알려지기 시작했고, 단백질의 구조와 효소의 작용 원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여전히 미답의 영역이었습니다.
복잡한 다세포 생물 안에서 수조 개의 세포들이 어떻게 각자의 역할을 알고 그 일을 수행하는지, 왜 어떤 세포는 자라고 분열하는데 다른 세포는 분화하여 특수한 기능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발달 과정에서 처음에 과잉 생산되는 신경세포들이 왜 특정 시점에 죽음을 맞이하는지 —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습니다.
특히 신경계의 발달은 거대한 수수께끼였습니다. 뇌에서 발생한 신경세포가 어떻게 수십 센티미터 떨어진 근육 세포나 표적 기관을 정확히 찾아가 연결을 형성하는지, 무엇이 신경섬유의 성장을 안내하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특정 화학 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찾아 나서는 것 — 당시로서는 매우 대담한 발상이었습니다.
🖊️ 전쟁 속의 실험실 — 레비몬탈치니의 불굴의 탐구
1909년 이탈리아 토리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리타 레비몬탈치니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1936년 토리노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신경학 연구를 시작했지만, 1938년 무솔리니 정권이 반유대주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유대인 과학자들은 대학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레비몬탈치니는 직장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집 침실에 현미경을 들여놓고 닭 배아를 구해 비밀 실험실을 꾸렸습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가족과 함께 피신을 다니면서도 현미경과 실험 도구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1943년 연합군의 폭격을 피해 피렌체 근교 농촌으로 숨어들었을 때도, 닭 배아 실험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시기 그녀의 연구 주제는 닭 배아에서 신경세포가 어떻게 발달하는지였습니다. 특히 그녀는 빅터 햄버거 교수가 보고한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닭 배아에 특정 종양 조직을 이식하면, 이식된 종양 주변으로 신경섬유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자라나는 것이었습니다.
"종양 조직에서 신경 성장을 촉진하는 어떤 물질이 분비되는 것이 아닐까?" — 이 질문이 그녀의 집착이 되었습니다.
1947년,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햄버거 교수의 초청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로 건너갔습니다.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레비몬탈치니는 독창적인 시험관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닭 배아의 신경절 조각을 종양 조직과 함께 배양 접시에 놓았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현미경으로 보니 신경절에서 마치 해바라기 씨처럼 수많은 신경섬유가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종양 조직에서 무언가가 분비되어 신경 성장을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1952년, 그녀는 이 미지의 물질에 신경성장인자(NGF, Nerve Growth Facto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생화학자의 등장 — 스탠리 코헨과 EGF의 우연한 발견
레비몬탈치니의 발견은 명확했지만, 이 물질의 실체가 무엇인지 — 어떤 화학적 성질을 가졌는지, 어떤 분자인지 — 는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1953년, 워싱턴 대학교에 스탠리 코헨이 합류했습니다.
192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코헨은 미시간 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형적인 실험 과학자였습니다. 복잡한 생체 혼합물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하고 정제하는 데 탁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협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코헨은 NGF의 생화학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생체 조직에서 NGF를 추출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뱀독이 NGF를 다량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뱀독을 NGF 정제의 원료로 사용했습니다. 이어서 생쥐의 침샘에도 NGF가 고농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침샘 추출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NGF를 정제하던 중, 생쥐에게 침샘 추출물을 주입했더니 눈꺼풀이 비정상적으로 일찍 열리고 이빨이 일찍 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NGF의 작용이 아니었습니다. NGF는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물질인데, 이 현상은 피부와 같은 상피 조직의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었습니다.
코헨은 이 물질을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표피성장인자(EGF, Epidermal Growth Facto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EGF는 피부, 폐, 위장관 등 다양한 상피 조직의 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단백질이었습니다. 코헨은 EGF가 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EGFR)에 결합하여 세포 내부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세포 증식을 유도한다는 메커니즘까지 밝혀냈습니다.
이 두 성장 인자의 발견은 세포의 운명이 외부에서 오는 화학 신호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는 새로운 생물학적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습니다.
🎬 영광과 그림자 — 빠진 이름들, 그리고 불편한 진실
이 이야기에는 노벨상에 오르지 못한 이름들이 있습니다.
빅터 햄버거 교수는 레비몬탈치니가 NGF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출발점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 종양 이식 실험을 통해 신경 성장 촉진 현상을 관찰한 것도 그였고, 레비몬탈치니를 미국으로 초청하여 연구를 지원한 것도 그였습니다. 과학계 일부에서는 햄버거가 공동 수상자가 되어야 했다는 의견을 냅니다.
그러나 노벨 위원회는 NGF의 발견과 특성 규명이라는 핵심 업적에서 레비몬탈치니와 코헨의 기여가 더 직접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레비몬탈치니의 삶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였습니다. 파시즘 정권 아래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전쟁 중에 피신하면서도 닭 배아를 들고 다녔던 여성. 그녀는 2012년 10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이후에도 30년 가까이 더 살며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장애물이 클수록, 나는 더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 레비몬탈치니의 말입니다.
📱 암 치료의 열쇠, 재생 의학의 희망 — 성장 인자의 현재
레비몬탈치니와 코헨이 발견한 성장 인자들은 오늘날 의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GF 수용체(EGFR)는 많은 종류의 암에서 과발현됩니다. 암세포가 EGFR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만들어 성장 신호를 과도하게 받아들이면, 세포가 통제 불가능하게 증식합니다. 이 발견을 바탕으로 EGFR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들이 개발되었습니다. 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이레사(게피티닙), 얼로티닙(타세바),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세툭시맙(어비툭스) — 이것들이 모두 EGF 수용체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상처 치유에서 EGF의 활용도 주목할 만합니다. 당뇨 환자의 족부 궤양, 화상, 욕창 치료에 EGF를 함유한 연고나 스프레이가 사용됩니다. 세포 성장을 촉진하여 상처가 빨리 아물게 하는 원리입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는 피부 재생과 노화 방지를 위한 화장품 성분으로도 활용됩니다.
NGF는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과정에 NGF 신호 전달의 이상이 관여한다는 연구가 쌓이고 있습니다. NGF를 이용하여 손상된 신경을 보호하고 재생을 촉진하는 치료법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줄기세포 연구에서도 성장 인자는 핵심적입니다.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려면 특정 성장 인자의 조합과 농도를 정확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이 기술이 없으면 재생 의학도, 세포 치료도 불가능합니다.
📝 세포들의 대화 — 생명의 언어를 처음으로 듣다
레비몬탈치니와 코헨의 발견이 전달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는 생명체의 소통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몸 안의 수조 개의 세포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세포들은 끊임없이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대화합니다. "이쪽으로 자라라", "분열을 멈춰라", "죽을 시간이야" — 이 모든 메시지가 성장 인자를 비롯한 다양한 화학 물질을 통해 전달됩니다.
성장 인자 이전에는 세포의 운명이 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레비몬탈치니와 코헨은 외부 환경, 즉 세포를 둘러싼 다른 세포들이 보내는 신호가 세포의 성장, 분화, 생존과 죽음을 조율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전쟁 중 침실 실험실에서 닭 배아를 들여다보던 한 이탈리아 여성의 끈질긴 관찰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출발점에서 비롯된 지식이 암을 치료하고, 상처를 낫게 하고, 뇌 질환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생명은 스스로 말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언어를 듣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