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약입니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신이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었고, 1897년 바이엘이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하여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이래, 이 약은 20세기의 가장 흔한 약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가? 그 작용 원리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습니다.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그 미스터리를 푼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수네 K. 베리스트룀, 벵트 I. 사무엘손, 존 R. 베인 — 이 세 사람은 각각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구조를 밝히고, 그 생성 과정을 추적하고, 아스피린이 그 과정을 어떻게 차단하는지를 발견했습니다.
🕰️ 수십 년 동안 이름만 있었던 물질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이름은 193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1930년, 뉴욕의 산부인과 의사 러프 골드블랫과 스웨덴의 생리학자 울프 폰 오일러는 각각 인간 정액에서 자궁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변화시키는 미지의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폰 오일러는 이 물질이 전립선(prostate gland)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하여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중에 실제로는 정낭(seminal vesicle)에서 주로 생산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이 극히 적은 양으로 존재했고, 화학적으로 불안정했으며, 구조가 복잡했다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프로스타글란딘은 이름만 있고 실체는 불분명한 물질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떤 생리 현상과 관계가 있는지 짐작은 되었습니다. 염증, 통증, 발열, 혈압, 혈액 응고, 자궁 수축 — 이 모든 과정에 프로스타글란딘이 관여할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체를 분리하고 구조를 밝히고 작용 원리를 규명하는 것은, 당시의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1940년대부터 이 물질에 뛰어든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 스승과 제자, 그리고 아스피린의 비밀을 풀기로 한 약리학자
수네 K. 베리스트룀(Sune K. Bergström)은 191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습니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의학과 생화학을 공부하고, 이후 같은 기관에서 연구 경력을 쌓았습니다.
1940년대 후반부터 프로스타글란딘 연구에 뛰어든 베리스트룀은, 이 물질을 순수하게 분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수백 킬로그램의 양 정낭에서 처리를 반복하여, 겨우 수 밀리그램의 프로스타글란딘을 얻어냈습니다.
1957년, 마침내 그는 프로스타글란딘을 순수하게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1962년에는 프로스타글란딘 E1(PGE₁)과 F1α(PGF₁α)의 정확한 분자 구조를 규명했습니다. 20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지방산 유도체로, 고리형 구조를 가진 이 분자들의 구조가 드디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벵트 I. 사무엘손(Bengt I. Samuelsson)은 1934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베리스트룀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스승의 발견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켰습니다.
사무엘손이 집중한 것은 프로스타글란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추적 실험을 통해 그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전구체가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이라는 20개 탄소 불포화 지방산임을 밝혔습니다. 세포막의 인지질에서 유래하는 아라키돈산이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 효소에 의해 산화되면서 다양한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전환된다는 생합성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사무엘손은 프로스타글란딘 외에도 전혀 새로운 계열의 물질들을 발견했습니다. 1975년에는 트롬복산(thromboxane)을, 1976년에는 류코트리엔(leukotriene)을 발견하고 각각의 구조와 생합성 경로, 생물학적 기능을 규명했습니다. 혈소판에서 만들어져 강력한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트롬복산, 그리고 백혈구에서 만들어져 알레르기와 천식에 관여하는 류코트리엔 — 이 발견들은 프로스타글란딘 계열 물질들이 얼마나 광대한 생리 기능을 담당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존 R. 베인(John R. Vane)은 1927년 영국 우스터에서 태어났습니다. 셰필드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약리학을 공부하고 런던 왕립의학대학원에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베인이 집중한 것은 아스피린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수십억 개가 소비되었지만, 아스피린이 왜 효과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베인은 이 미스터리가 프로스타글란딘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습니다.
1970년대 초, 그는 자신이 개발한 정교한 생체 분석법을 이용하여 아스피린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1971년, 그는 아스피린과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들이 COX 효소의 활성을 비가역적으로 억제함으로써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증명했습니다.
🔬 아스피린의 비밀과 생체 조절 물질의 네트워크
프로스타글란딘 연구가 밝힌 가장 핵심적인 사실은, 이 물질들이 단순한 생체 분자가 아니라 인체 거의 모든 생리 과정을 조율하는 국소 호르몬(local hormones)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이클로옥시게나제 효소는 아라키돈산을 다양한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전환하는 핵심 효소입니다. 세포가 손상을 받거나 자극을 받으면 아라키돈산이 세포막에서 유리되고, COX에 의해 프로스타글란딘이 합성되면서 염증 반응이 시작됩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혈관을 확장하고, 신경 말단을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하며, 체온 조절 중추에 작용하여 발열을 일으킵니다.
아스피린은 COX 효소의 활성 부위에 있는 아미노산에 아세틸기를 결합시켜 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합니다. COX가 차단되면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이 줄어들고, 그 결과 염증, 통증, 발열이 감소합니다.
이 발견은 수십 년간의 미스터리를 한 번에 풀었습니다. 아스피린이 왜 해열제인가, 왜 진통제인가, 왜 소염제인가 — 모두 같은 메커니즘의 결과였습니다.
사무엘손이 발견한 트롬복산 A2(TXA₂)는 혈소판에서 생성되며 혈소판 응집과 혈관 수축을 촉진합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원리도 여기서 나옵니다. 아스피린이 혈소판의 COX를 억제하면 TXA₂ 생성이 줄어 혈소판 응집이 감소하고, 혈전 형성 위험이 낮아집니다.
류코트리엔은 천식과 알레르기 반응의 핵심 매개체입니다. 알레르기 환자에서 류코트리엔이 기관지를 수축시켜 천식 발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습니다.
🎬 미량 물질과의 사투, 그리고 선구자의 그림자
프로스타글란딘 연구의 역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름을 붙인 사람, 울프 폰 오일러의 이야기가 그 하나입니다. 폰 오일러는 프로스타글란딘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름을 붙였지만, 그 화학적 구조를 밝히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1970년 신경전달물질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프로스타글란딘 연구로는 받지 못했습니다. 베리스트룀이 구조를 밝힌 것은 폰 오일러의 발견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베리스트룀의 분리 작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를 요구했습니다. 수백 킬로그램의 양 정낭을 수집하고, 수차례의 화학적 분리와 정제 과정을 반복하여 겨우 수 밀리그램을 얻는 작업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구조를 규명한 것은 X선 결정학의 발전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것입니다.
베인의 아스피린 발견은 당시 의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아스피린이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차단한다는 발견이 발표되자, 연구자들과 제약회사 모두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높였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연구는 단번에 임상적 중요성이 명확한 분야로 부상했고, 이는 후속 연구와 약물 개발에 엄청난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이 세 사람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베리스트룀이 스승이었고 사무엘손이 제자였으며, 베인은 독자적인 경로에서 이들의 생화학적 발견을 약리학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스승-제자 관계가 노벨상으로 이어진 드문 사례였습니다.
📱 이부프로펜에서 항암 연구까지 —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든 의약품들
수네 K. 베리스트룀, 벵트 I. 사무엘손, 존 R. 베인의 연구는 오늘날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물들의 근거를 만들어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약물군 중 하나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이 연구 덕분에 이해되고 개선되었습니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디클로페낙 — 이 약들은 모두 COX 효소를 억제하여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줄이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사무엘손의 COX 효소에 COX-1과 COX-2 두 가지 아형이 있다는 발견은 약물 개발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COX-1은 위장관 보호와 정상적인 혈소판 기능을 담당하고, COX-2는 주로 염증 반응에서 활성화됩니다. COX-2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만들면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소염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셀레콕시브(celecoxib), 에토리콕시브(etoricoxib) 같은 COX-2 선택적 억제제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자체와 그 유사체들도 다양한 치료에 사용됩니다. 위궤양 치료와 예방, 자궁 수축을 이용한 분만 유도나 유산 유도, 녹내장 환자의 안압 조절,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들이 활용됩니다.
사무엘손이 발견한 류코트리엔에 근거하여 개발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인 몬테루카스트(montelukast)는 오늘날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치료의 표준 약물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 전략 연구도 활발합니다.
📝 수천 년 된 약의 비밀이 풀리던 날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신을 추출해 통증을 완화하던 고대인들은, 그것이 왜 효과가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아스피린이 합성되고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의사들은 이 약의 작용 원리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1971년 베인이 COX 억제 메커니즘을 발표했을 때, 과학계는 오래된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짜릿함을 경험했습니다. 그 발견은 단순히 약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전체 계열의 생리적 중요성을 단번에 드러냈고, 새로운 약물 개발의 이정표를 제시했습니다.
베리스트룀의 이야기는 과학에서 기초 연구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수백 킬로그램의 양 정낭에서 몇 밀리그램을 얻는 그 끈기 없이는, 프로스타글란딘의 구조 규명도, 사무엘손의 생합성 경로 발견도, 베인의 아스피린 메커니즘 발견도 없었습니다. 기초가 없으면 응용은 없습니다.
사무엘손의 이야기는 과학에서 관찰의 폭을 넓히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프로스타글란딘만 연구했다면 트롬복산도 류코트리엔도 발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물질들이 얼마나 광대한 생리 조절 네트워크를 형성하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은,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탐구의 결과였습니다.
세 사람의 연구는 함께 이런 메시지를 전합니다. 생명 현상의 복잡성은 인간의 예상을 언제나 뛰어넘습니다. 아스피린 하나에 이렇게 깊고 넓은 생화학의 세계가 숨어 있었다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미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 과학의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