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철사에서 전자가 튀어나옵니다.
이것이 열전자 방출입니다. 오늘날에는 당연하게 들리지만, 20세기 초에는 이것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하는 법칙을 세우는 것이 물리학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금속 안에는 자유 전자들이 있습니다. 이 전자들은 금속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보통은 금속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금속 표면에는 전자를 붙잡아두는 에너지 장벽 — 일함수 — 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속을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요? 온도가 올라가면 전자들이 더 많은 열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그 중 일부는 일함수보다 큰 에너지를 얻어 표면 밖으로 탈출합니다.
이것이 열전자 방출의 원리입니다.
오언 윌런스 리처드슨이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정확한 수학적 법칙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법칙이 진공관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진공관은 라디오, 텔레비전, 초기 컴퓨터 — 20세기 전자 혁명의 기반 부품이었습니다.
📜 파트 1. 열전자 방출이란
금속을 가열하면 금속 표면에서 전자들이 방출됩니다. 이것은 광전 효과와 비슷하지만 빛 대신 열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광전 효과에서는 특정 진동수 이상의 빛을 쬐어야 전자가 방출됩니다. 각 광자가 전자에 한 번에 에너지를 줍니다. 열전자 방출에서는 금속을 충분히 뜨겁게 가열하면 전자들이 서서히 방출됩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전자가 방출됩니다.
리처드슨은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중요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단위 면적당 방출되는 전류는 절대 온도의 제곱에 비례하며, 동시에 지수 함수적으로 온도에 의존한다는 것. 이것이 리처드슨-더시먼 방정식입니다.
이 방정식은 금속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일함수 — 전자를 표면 밖으로 끌어내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 — 를 포함합니다.
지수 함수적 의존성이 핵심입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방출 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반대로 온도가 조금 내려가면 급격히 감소합니다. 이것은 전자들이 특정 에너지 임계값을 넘어야 탈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볼츠만 분포에 따라 그 임계값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의 비율은 온도에 지수 함수적으로 의존합니다.
리처드슨은 열전자 방출이 금속 속 자유 전자들이 열에너지를 받아 일함수 이상의 에너지를 갖게 되었을 때 표면 밖으로 탈출하는 현상이라고 정확히 해석했습니다. 이 해석은 나중에 양자역학이 완성된 후 더 정확하게 이해되었지만, 기본 그림은 리처드슨이 옳았습니다.
일함수란 무엇인가
일함수는 금속 표면에서 전자를 완전히 끄집어내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입니다.
금속마다 일함수가 다릅니다. 세슘은 일함수가 매우 낮아서 약한 빛이나 낮은 온도에서도 전자를 방출합니다. 텅스텐은 일함수가 높아서 매우 높은 온도까지 가열해야 전자가 방출됩니다.
진공관의 음극으로는 일함수가 낮은 금속이나 그것으로 코팅된 전극을 사용합니다. 적은 에너지로도 충분한 전자를 방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전자총, X선 관, 전자현미경에서 쓰는 음극 재료 선택에 일함수 개념이 핵심입니다.
📜 파트 2. 리처드슨이라는 사람
오언 윌런스 리처드슨은 1879년 영국 요크셔 듀스베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했고, J.J. 톰슨 밑에서 연구하며 전자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J.J. 톰슨은 1897년 전자를 발견한 물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전자의 발견자 밑에서 전자가 금속에서 어떻게 방출되는지를 연구한 것입니다.
그는 1906년부터 열전자 방출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금속에서 온도에 따른 전자 방출을 측정하고, 이론과 실험을 비교했습니다.
1900년대 초에 이 연구를 수행했을 때는 전자의 발견이 이루어진 지 불과 수년 된 시점이었습니다. 금속 내부에 자유 전자들이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그 전자들의 거동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은 당시 물리학의 최전선이었습니다. 리처드슨은 이 최전선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그는 1914년부터 1924년까지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그 후 킹스 칼리지 런던으로 옮겼습니다. 1939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1959년 79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파트 3. 진공관의 시대 — 리처드슨 방정식의 응용
리처드슨의 법칙이 실용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진공관에 있습니다.
진공관은 진공으로 만들어진 유리관 안에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입니다. 진공이 필요한 이유는 전자가 공기 분자에 충돌하면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진공 속에서 전자는 자유롭게 이동합니다.
전자의 원천은 가열된 음극이었습니다.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려 고온으로 만들면 열전자 방출로 전자가 방출됩니다. 이 전자들이 양극 방향으로 끌려가면서 전류를 형성합니다.
이극 진공관 — 정류기
1904년 존 앰브로즈 플레밍이 발명한 이극 진공관은 뜨거운 필라멘트에서 방출된 전자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정류 효과를 이용했습니다. 이것이 라디오 신호 검파에 쓰였습니다.
교류 신호를 직류로 변환하는 정류. 라디오 수신기에서 전파를 검파해 소리 신호를 얻는 것.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플레밍의 이극 진공관이 없었다면 라디오가 없었을 것입니다. 라디오가 없었다면 20세기 초반의 정보 혁명도 없었을 것입니다.
삼극 진공관 — 증폭기
1906년 리 드 포리스트가 발명한 삼극 진공관은 여기에 그리드 전극을 추가해 전자의 흐름을 작은 신호로 제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것이 증폭기가 되었습니다.
그리드에 작은 전압 신호를 가하면, 양극으로 흐르는 전자의 양이 그에 비례해 크게 변합니다. 약한 신호를 강한 신호로 증폭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폰이나 안테나에서 받은 약한 전기 신호를 스피커를 울릴 만큼 강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진공관 증폭기는 라디오 방송, 전화 통신, 텔레비전 방송의 핵심 부품이었습니다.
진공관은 20세기 전반의 전자 혁명을 이끌었습니다. 라디오, 텔레비전, 레이더, 초기 컴퓨터 — 이 모든 것이 진공관 위에 서 있었습니다. 리처드슨의 법칙이 이 진공관 설계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습니다.
최초의 컴퓨터와 진공관
1946년 완성된 에니악은 세계 최초의 전자 컴퓨터였습니다. 18,000개가 넘는 진공관을 사용했습니다. 무게는 30톤, 차지하는 면적은 167제곱미터였습니다.
이 거대한 기계가 진공관으로 계산을 했습니다. 진공관 하나하나가 논리 연산의 기본 소자였습니다. 열전자 방출로 전자가 나오고, 그 전자의 흐름이 0과 1을 표현했습니다.
리처드슨의 방정식은 이 모든 것의 이론적 기초에 있었습니다.
트랜지스터가 1947년 발명된 뒤 진공관은 서서히 대체되었습니다. 진공관보다 작고, 전력 소모가 적고, 신뢰성이 높았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 안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출력 전자기파를 다루는 일부 분야에서는 지금도 진공관이 사용됩니다. 레이더, 위성 통신, 고출력 방송 송신기 — 이 분야에서 진공관은 여전히 현역입니다.
📜 파트 4. 1928년 노벨상
1928년 노벨 물리학상은 오언 리처드슨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열전자 현상에 관한 연구, 특히 그의 이름을 딴 법칙 발견에 대하여"
수상 당시 49세였습니다.
1920년대 말은 이미 진공관이 라디오 방송에 널리 쓰이던 시기였습니다. 리처드슨의 연구가 실용화된 것을 충분히 보고 난 뒤에 받은 노벨상이었습니다.
리처드슨은 노벨상 강연에서 열전자 방출의 역사와 자신의 연구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초기에 수행한 측정에서 법칙의 형태가 드러나는 과정, 이론과 실험을 비교하면서 법칙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과정. 과학적 발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강연이었습니다.
📜 파트 5. 열전자 방출의 현대적 응용
리처드슨이 발견한 열전자 방출의 원리는 오늘날 전자총에서 여전히 사용됩니다.
X선 관에서는 뜨거운 필라멘트에서 방출된 전자를 고전압으로 가속해 표적에 충돌시킵니다. 충돌에서 X선이 방출됩니다. 의료용 X선 촬영, 공항 보안 검사, 산업 비파괴 검사에서 사용되는 X선이 이 방식으로 생성됩니다.
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를 수천 볼트로 가속해 시료에 집중시킵니다. 전자의 파장이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훨씬 작은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구조, 나노 물질의 원자 배열, 반도체 소자의 단면 — 이 모든 것이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음극선관 — 구형 CRT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 — 도 열전자 방출을 이용했습니다.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를 형광 스크린에 주사해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입자 가속기에서도 전자총이 전자의 원천입니다. 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 사용하는 전자들도 처음에는 뜨거운 필라멘트에서 방출됩니다.
열이온 발전
최근에는 열전자 방출을 에너지 변환에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됩니다. 열이온 발전기는 뜨거운 표면에서 전자를 방출시켜 차가운 전극에서 수집하는 방식으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합니다.
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움직이는 부품이 없어 유지 보수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주 탐사선의 전력 공급 등 특수한 환경에서 응용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 파트 6. 전자의 발견에서 진공관까지
리처드슨의 업적을 큰 그림에서 보면, 전자가 발견되고 그 성질이 연구되어 실용화되는 과정의 핵심 고리입니다.
1897년 톰슨이 전자를 발견했습니다. 1900년대 초 리처드슨이 전자가 금속에서 어떻게 방출되는지를 수학적으로 기술했습니다. 1904~1906년 플레밍과 드 포리스트가 이것을 이용해 진공관을 발명했습니다. 1920년대부터 진공관이 라디오, 전화, 통신에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1946년 에니악이 진공관으로 최초의 전자 컴퓨터를 구현했습니다.
전자의 발견에서 컴퓨터까지. 불과 50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리처드슨의 열전자 방출 연구가 핵심 연결 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이론 물리학에서 응용까지의 이 흐름은 20세기 물리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 파트 7. 마무리 — 뜨거운 철사의 물리학
뜨거운 철사에서 전자가 튀어나옵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현상의 수학적 기술이 20세기 전자 혁명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리처드슨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상대성이론도, 양자역학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기술한 방정식은 라디오를 만들고, 텔레비전을 만들고, 최초의 컴퓨터를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열전자 방출의 원리는 오늘날 전자총에서 여전히 사용됩니다. X선 튜브, 전자현미경, 음극선관 — 이 모든 장치에서 뜨거운 필라멘트가 전자를 방출합니다. 그 전자들이 빠르게 가속되고 편향되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리처드슨이 발견한 열전자 방출은 현대 전자공학의 숨어있는 기초 중 하나입니다. 라디오에서 스마트폰까지, 전자 기술의 역사가 그의 발견 위에 쌓여 있습니다.
뜨거운 철사 하나. 거기서 나오는 전자들. 그리고 그 전자들로 만든 세상.
📜 파트 8. 전자의 발견과 리처드슨 — J.J. 톰슨의 유산
리처드슨이 열전자 방출을 연구한 시기는 J.J. 톰슨이 전자를 발견한 지 불과 몇 년 후였습니다. 리처드슨은 톰슨의 제자였습니다.
톰슨이 전자를 발견한 것은 1897년이었습니다. 음극선이 전기장과 자기장에서 휘어지는 것을 측정해 전자의 전하 대 질량비를 구한 실험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전자가 모든 원자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기본 입자임이 처음 밝혀졌습니다.
톰슨의 발견으로 금속 안에 자유 전자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특히 금속 표면에서 어떻게 방출되는지는 연구가 필요한 과제였습니다.
리처드슨은 그 과제를 이어받았습니다. 스승의 발견 위에서 다음 단계를 밟은 것입니다.
이것이 과학의 진보 방식입니다. 한 사람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다음 사람이 그 사실의 더 깊은 측면을 탐구합니다. 톰슨이 전자를 발견하고, 리처드슨이 전자의 열 방출을 기술하고, 이후의 연구자들이 이것을 응용해 진공관과 전자 기기를 만들었습니다.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의 전통
리처드슨이 공부하고 초기 연구를 수행한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는 물리학사에서 매우 특별한 장소입니다.
J.J. 톰슨이 오랫동안 소장을 맡았던 이 연구소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전자 발견, 양성자 발견, 중성자 발견,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 — 20세기 과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들이 이곳에서 나왔습니다.
리처드슨도 이 전통의 일부입니다. 그는 케임브리지에서 기초를 쌓고,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과학 연구의 생태계 — 위대한 스승, 활발한 연구 분위기, 충분한 실험 자원 — 가 어떻게 위대한 발견을 낳는지를 캐번디시 연구소가 보여줍니다. 리처드슨은 그 생태계에서 자라난 과학자였습니다.
📜 파트 9. 리처드슨 방정식의 수정 — 양자역학적 보정
리처드슨이 1906년에 제안한 원래 방정식은 고전 통계역학에 기반했습니다. 이후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이 방정식이 수정되었습니다.
1928년 아놀드 조머펠트와 랄프 하워드 파울러가 양자역학적 접근으로 열전자 방출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금속 안의 전자들이 고전 통계가 아닌 페르미-디랙 통계를 따른다는 것을 반영한 계산이었습니다.
이 계산에서 나온 방정식이 리처드슨-더시먼 방정식이라고도 불리는 현재 형태입니다. 더시먼은 이 방정식의 계수를 정확히 계산한 사람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리처드슨이 노벨상을 받은 1928년이 바로 양자역학적 보정이 이루어진 해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고전적 접근으로 처음 발견된 법칙이 양자역학적으로 더 정확하게 이해되면서, 그 발견의 중요성이 더욱 확인되었습니다.
리처드슨 본인이 완전한 이론적 이해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그가 발견한 현상과 법칙의 형태는 올바른 것이었습니다. 실험이 이론에 앞선 사례였습니다.
일함수 측정의 중요성
리처드슨의 연구에서 부산물로 나온 중요한 측정이 있습니다. 다양한 금속들의 일함수 값을 측정한 것입니다.
일함수는 금속 표면에서 전자를 꺼내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입니다. 이 값은 금속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세슘은 약 2eV, 텅스텐은 약 4.5eV.
이 일함수 값들은 나중에 광전 효과, 전자 방출, 표면 과학 분야에서 기준 데이터로 사용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 이론을 검증하는 데도 일함수 측정이 필요했습니다.
리처드슨이 열전자 방출 연구를 통해 축적한 일함수 데이터가 이 모든 연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연구가 다른 여러 분야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여하는 것 — 이것이 기초과학 연구의 가치입니다.
📜 파트 10. 전자 방출의 다른 방법들 — 리처드슨 이후
리처드슨이 연구한 열전자 방출 외에도 전자를 금속에서 방출시키는 방법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이것들이 20세기 물리학과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광전자 방출은 아인슈타인이 설명한 광전 효과입니다. 빛을 쬐어 전자를 방출시킵니다. 열 대신 광자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전계 방출은 강한 전기장으로 전자를 터널 효과를 통해 방출시키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적 터널 효과 없이는 불가능한 현상입니다. 전계 방출 현미경은 이 원리를 이용해 금속 표면을 원자 수준에서 영상화합니다.
이온화 방출은 고에너지 이온이 표면에 부딪혀 전자를 방출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핵물리학 실험에서 중요합니다.
열전자 방출, 광전자 방출, 전계 방출, 이온화 방출 — 이 네 가지가 전자 방출의 주요 메커니즘입니다. 리처드슨은 그 중 첫 번째를 수학적으로 정확히 기술했습니다. 나머지 메커니즘들의 이해도 열전자 방출 연구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리처드슨과 마르코니 — 기술 혁명의 물리학
리처드슨이 열전자 방출 법칙을 발표한 1900년대 초는 구글리엘모 마르코니가 무선 통신을 실용화하던 시기였습니다.
1901년 마르코니는 대서양 횡단 무선 통신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무선 통신 장치는 불꽃 갭 방식으로, 신호를 연속적으로 보내기 어려웠습니다.
1904년 플레밍의 이극 진공관, 1906년 드 포리스트의 삼극 진공관이 발명되면서 무선 통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진공관들이 열전자 방출을 이용했습니다. 리처드슨의 법칙이 이 장치들의 이론적 기초였습니다.
1920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리처드슨의 노벨상 수상이 1928년이었는데, 그때는 이미 라디오 방송이 대중화된 후였습니다. 그의 기초 연구가 이미 실용화되어 수백만 명의 생활을 바꾼 것을 보면서 노벨상을 받은 것입니다.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시간 차이. 리처드슨이 1906
1913년에 수행한 연구가 1920년대의 라디오 시대를 뒷받침했습니다. 약 10
15년의 시간 차이였습니다. 오늘날도 기초과학 연구의 결과가 응용기술로 이어지는 데 비슷한 시간이 걸립니다.
열전자 방출의 물리적 한계
리처드슨 방정식에 따르면,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전자가 방출됩니다. 그렇다면 온도를 무한히 높이면 무한히 많은 전자가 나올까요?
물론 아닙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재료의 한계입니다. 대부분의 금속은 온도가 너무 높으면 녹거나 증발합니다. 텅스텐은 녹는점이 3422°C로 가장 높은 금속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고온 열전자 방출에 텅스텐 필라멘트를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텅스텐도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공간 전하 효과입니다. 전자가 방출되면 전극 사이에 전자들이 쌓입니다. 이 전자들의 음전하가 뒤에 방출되는 전자들을 밀어냅니다. 이것이 추가적인 방출을 제한합니다. 이것을 공간 전하 제한 효과라고 합니다.
진공관을 설계할 때 이 두 가지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리처드슨 방정식이 이 설계의 출발점이고, 공간 전하 효과는 별도로 계산합니다.
이런 한계들도 모두 물리학으로 기술됩니다. 리처드슨이 시작한 연구가 이 모든 이해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 파트 11. 리처드슨의 시대 — 전자의 세기의 시작
오언 리처드슨이 연구를 시작한 1900년대 초는 전자의 세기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1897년 전자 발견. 1898년 마리 퀴리의 방사성 원소 발견. 1900년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1905년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 1906년 플레밍의 이극 진공관.
불과 10년 사이에 현대 물리학과 전자 기술의 씨앗이 거의 동시에 뿌려졌습니다. 리처드슨의 열전자 방출 연구는 이 씨앗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 시기의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혁명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까요? 일부는 알았습니다. 플랑크는 자신의 에너지 양자가 물리학을 바꿀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과 광자 이론이 혁명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이 열전자 방출을 연구하면서 그것이 수십 년 후 컴퓨터 시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초과학의 응용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실현됩니다.
디지털 시대와 열전자 방출의 쇠퇴
트랜지스터가 1947년 발명되면서 진공관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렸습니다. 1950년대부터 트랜지스터가 진공관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집적 회로가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 안에는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습니다. 진공관 시대의 에니악과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발전입니다.
이 발전 속에서 열전자 방출은 주류에서 물러났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열전자 방출이 필요 없습니다.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고출력 전자기파를 다루는 일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열전자 방출이 필요합니다. 전자레인지의 마그네트론, 레이더 송신기, 위성 통신 증폭기 — 이것들이 열전자 방출을 이용합니다.
리처드슨의 방정식은 이 장치들의 설계에 지금도 사용됩니다. 100년이 넘은 공식이지만, 여전히 실용적으로 쓰입니다.
리처드슨의 조용한 삶과 큰 유산
리처드슨은 조용한 삶을 살았습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화려한 논쟁에 참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측정하고 계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1928년 노벨상 수상 후에도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열전자 방출 외에도 분자 물리학, 수소의 특성 등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1959년 79세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슨-더시먼 방정식에 남아 있습니다. 전자 기기 교과서에서 열전자 방출을 설명할 때마다 그 이름이 나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큰 유산을 남길 수 있습니다. 뜨거운 금속에서 전자가 나오는 원리를 정확히 기술한 방정식. 그것이 20세기 전자 문명의 이론적 초석이었습니다. 리처드슨의 유산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