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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71 노벨생리의학상] 얼 W. 서덜랜드 주니어 : cAMP, 세포 속 두 번째 메신저의 발견

by 어셈블러 202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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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몬은 어떻게 세포 안을 바꾸는가

 

우리 몸에는 수십 종의 호르몬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닌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며, 갑상선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이 호르몬들이 특정 세포에 도달했을 때 그 세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특히 수수께끼인 것은 이런 경우였다. 많은 호르몬들은 크기가 크거나 수용성이어서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다. 아드레날린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드레날린이 간세포에 도달하면, 그 안에서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혈액으로 방출된다.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물질이 어떻게 세포 내부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한 것이 얼 W. 서덜랜드 주니어였다. 그가 발견한 것은 cAMP, 즉 사이클릭 아데노신 모노포스페이트였다. 그리고 그가 확립한 개념이 제2의 메신저였다. 이 발견으로 그는 197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 당뇨 전공 의사에서 세포 신호 연구자로

 

얼 W. 서덜랜드 주니어는 1915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태어났다. 의사가 되고자 했던 그는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인턴십을 마친 후 워싱턴 대학교의 칼 코리와 거티 코리 부부의 연구실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게 되었다. 코리 부부는 글리코겐 대사 연구로 1947년 노벨상을 받은 대가들이었다. 서덜랜드는 이들의 지도 아래 글리코겐이 어떻게 포도당으로 분해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었다. 아드레날린이 간세포에서 글리코겐 포스포릴라아제라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글리코겐을 분해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아드레날린이 이 효소를 어떻게 활성화시키는가. 직접 효소에 결합하는가, 아니면 중간 단계가 있는가.

서덜랜드는 세포 추출물을 이용한 실험을 거듭했다. 세포막이 온전한 경우에는 아드레날린이 글리코겐 분해를 잘 일으키지만, 세포막이 손상된 경우에는 아드레날린이 직접 효소를 활성화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세포막이 아드레날린 신호 전달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세포막에 수용체가 있고, 그 수용체가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세포막 분획에 아드레날린을 가했을 때 세포질에 어떤 물질이 생성되는지 추적했다. 무언가 열에 안정적이고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물질이 생겼다. 그것이 글리코겐 포스포릴라아제를 활성화했다. 서덜랜드는 이 물질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cAMP의 발견: 세포 내 신호의 비밀

 

수년간의 정제와 분석 끝에, 서덜랜드는 그 물질의 정체를 밝혀냈다. 사이클릭 아데노신 모노포스페이트, 줄여서 cAMP였다. ATP(아데노신 삼인산)로부터 만들어지는 이 분자는 인산기가 고리 형태로 연결된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서덜랜드가 정립한 신호 전달 경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 결합이 수용체와 연결된 아데닐산 고리화효소(adenylate cyclase)를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된 이 효소는 ATP를 cAMP로 전환한다. 만들어진 cAMP는 세포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효소들을 활성화한다. 그 결과 글리코겐 분해, 지방 분해, 심박수 증가 등 호르몬이 원하는 세포 반응이 일어난다. cAMP의 작용은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phosphodiesterase)라는 효소가 cAMP를 불활성 AMP로 분해함으로써 끝난다.

호르몬이 제1의 메신저라면, cAMP는 제2의 메신저다. 첫 번째 메신저인 호르몬이 세포막에서 신호를 받으면, 두 번째 메신저인 cAMP가 세포 내부에서 그 신호를 증폭하고 전파한다.

이 개념의 위대함은 그 보편성에 있었다. 서덜랜드는 아드레날린뿐만 아니라 글루카곤,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 갑상선자극호르몬(TSH) 등 다양한 호르몬이 모두 cAMP를 통해 작용한다는 것을 차례로 밝혔다. 호르몬마다 다른 수용체를 통해 신호를 받지만, 세포 안에서는 같은 중간 신호 전달자, cAMP를 쓴다는 것이었다.

이는 세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수십 가지 서로 다른 호르몬 신호를 각각 다른 경로로 처리할 필요 없이, 공통 중간체를 통해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생명의 모든 설계가 그렇듯,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리였다.


 

🎬 기존 패러다임에 맞선 외로운 싸움

 

서덜랜드의 연구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제2의 메신저라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고, 많은 과학자들이 회의적이었다.

당시의 주류 견해는 호르몬이 세포막의 수용체에 결합한 후 어떤 직접적인 물리적 변화를 통해 세포 내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또는 일부 호르몬이 세포막을 통과해 직접 효소나 유전자에 작용한다는 가설도 있었다. 중간에 작은 분자가 신호를 중계한다는 개념은 너무 우회적이고 복잡해 보였다.

서덜랜드는 오하이오의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에서 연구하면서 이 회의론과 씨름했다. 그가 cAMP를 분리하고 그 구조를 밝혀내기까지는 수년의 집요한 실험이 필요했다. 특히 그는 cAMP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호르몬의 공통 중간 매개체라는 것을 하나씩 증명해야 했다.

경쟁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연구팀들도 글리코겐 대사 조절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cAMP를 분리하고 그 구조를 결정하며 제2의 메신저 개념을 체계화한 것은 서덜랜드였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노벨상 수상이 단독이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 노벨생리의학상은 종종 두 명이나 세 명이 공동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덜랜드의 단독 수상은 그의 발견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근본적이었는지를 말해준다.


 

📱 cAMP가 열어놓은 의학의 지평

 

얼 W. 서덜랜드 주니어의 cAMP 발견이 오늘날의 의학과 생명과학에 미친 영향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크다.

천식 치료에서 cAMP는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기관지 평활근 세포에서 cAMP 수준이 높아지면 근육이 이완되어 기도가 넓어진다. 살부타몰(벤토린) 같은 기관지 확장제는 이 원리를 이용한다. 수용체를 자극해 cAMP를 높이거나,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를 억제해 cAMP가 분해되지 않게 함으로써 기관지를 열어준다.

심부전 치료에도 cAMP 경로가 관여한다. 심장 근육 세포에서 cAMP는 수축력과 심박수를 조절한다. 도부타민 같은 심장 수축 증강제는 cAMP를 높여 심장의 수축력을 강화한다.

cAMP 경로는 뇌에서도 중요하다. 기억 형성, 학습, 신경 가소성에 cAMP와 그것이 활성화하는 단백질 인산화효소가 핵심 역할을 한다.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cAMP 경로가 연구되고 있다.

당뇨병 연구에도 cAMP는 중심적이다.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혈당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cAMP가 핵심 역할을 하며,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표적이다.

서덜랜드의 발견이 촉발한 더 큰 혁명은 신호 전달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탄생이었다. cGMP, 칼슘 이온, 이노시톨 삼인산 등 다른 제2의 메신저들이 이후 잇달아 발견되었다.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의 발견과 기능 규명은 2012년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발전이 서덜랜드가 열어놓은 세포 신호 전달의 개념 위에 서 있다.

오늘날 약물 개발의 상당 부분이 세포 신호 전달 경로를 표적으로 한다. 암 치료제, 심혈관 치료제, 신경 질환 치료제. 이 모든 것의 이론적 기초가 서덜랜드의 cAMP 발견과 제2의 메신저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 보이지 않는 대화의 발견

 

얼 W. 서덜랜드 주니어의 이야기는 과학적 통찰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그는 글리코겐 대사라는 비교적 좁은 문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문제를 깊이 파고들다 보니, 세포 신호 전달이라는 훨씬 더 큰 원리를 발견했다.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 주변을 오래 맴돌다가 갑자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경험. 그것이 서덜랜드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가 발견한 cAMP는 세포가 외부 신호를 내부로 전달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호르몬이라는 첫 번째 메신저가 세포막에 닿으면, 두 번째 메신저 cAMP가 세포 내부를 달려 효소들을 깨운다. 이 분자 하나가 수십 가지 호르몬 신호를 통합하고 증폭한다.

생명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설계되었는지를 cAMP는 잘 보여준다. 다양한 외부 신호에 대해 일일이 다른 내부 경로를 만들 필요 없이, 공통 중간체를 통해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 절약의 원리가 세포 수준에서, 그리고 나아가 생명체 전체 수준에서 작동한다.

서덜랜드는 1974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발견한 cAMP는 오늘도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서, 매 순간, 호르몬의 명령을 전달하며 살아 숨 쉬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움직이는 작은 분자 하나. 그것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의 이름을 기억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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