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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72 노벨생리의학상] 제럴드 M. 에델만, 로드니 R. 포터 : 항체의 구조를 밝히다, 면역의 언어를 읽다

by 어셈블러 202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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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의 수수께끼, Y자형 방패

 

우리 몸은 매일 수천 가지 병원체와 싸운다. 세균, 바이러스, 독소, 암세포. 이 모든 위협에 대응하는 면역 시스템의 최전선에 항체가 있다. 항체는 혈액 속을 순환하며 특정 침입자를 정확히 인식하고 결합해 무력화한다. 하나의 항체는 수십억 가지 가능한 표적 중에서 자신이 인식하는 표적에만 결합한다. 이 특이성은 경이롭다.

하지만 1950년대까지, 이 경이로운 방어 물질이 정확히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항체가 단백질이라는 것, 분자량이 매우 크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어떤 모양인지, 어떻게 그 놀라운 특이성을 발휘하는지, 수백만 가지 다른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무엇인지는 미스터리였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두 과학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항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로드니 R. 포터는 효소로 항체를 조각 냈고, 미국의 제럴드 M. 에델만은 화학 결합을 끊어 항체의 사슬을 분리했다. 두 사람의 연구가 합쳐졌을 때, 항체의 Y자형 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발견으로 두 사람은 197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 두 과학자, 두 개의 접근

 

로드니 R. 포터는 1913년 영국 랭커셔에서 태어났다. 리버풀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며 단백질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육군에서 복무했고, 전후에 국립의학연구소에서 연구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세인트 메리 병원 의과대학,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포터는 단백질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효소 분해를 즐겨 사용했다. 복잡한 단백질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각 조각의 성질을 분석하면, 전체 구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제럴드 M. 에델만은 192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얼게이니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했다. 임상 의사 경험 후 록펠러 연구소에 합류해 분자생물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에델만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관계에 매료되어 있었다. 거대하고 복잡한 항체 분자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밝혀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같은 문제를 연구했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들이 놀랍도록 일치하며 상호 보완적이었다.


 

🔬 파파인으로 항체를 자르다: 포터의 접근

 

포터는 1950년대 후반에 파파인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항체를 자르는 실험을 했다. 파파인은 파파야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 효소다.

파파인이 항체를 잘라내자 세 개의 조각이 생겼다. 두 개는 서로 동일했고, 하나는 달랐다.

동일한 두 조각은 여전히 항원에 결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포터는 이를 Fab 조각(Fragment antigen-binding)이라고 명명했다. 이 두 조각에 항체의 항원 인식 부위가 있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의 조각은 항원에 결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조각은 결정화가 잘 되는 특성이 있었다. 포터는 이를 Fc 조각(Fragment crystallizable)이라고 불렀다. 이후 연구를 통해 Fc 조각이 면역 세포와 상호작용하거나 보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기능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포터의 실험은 항체가 단순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기능적으로 명확히 구분된 부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항원을 인식하는 부분과 면역 반응을 중재하는 부분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항체 구조 이해의 첫 번째 큰 도약이었다.


 

🔬 이황화 결합을 끊다: 에델만의 분해

 

에델만은 다른 방향에서 항체에 접근했다. 그는 단백질 사슬들을 서로 연결하는 이황화 결합에 주목했다.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은 두 개의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시스테인) 사이에 형성되는 공유 결합이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델만은 메르캅토에탄올이라는 환원제를 사용해 이 이황화 결합을 끊는 실험을 했다.

결합이 끊어지자 항체 분자는 네 개의 독립적인 폴리펩타이드 사슬로 분리되었다.

두 개의 큰 사슬이 있었다. 에델만은 이를 중쇄(Heavy chain)라고 불렀다. 그리고 두 개의 작은 사슬이 있었다. 이를 경쇄(Light chain)라고 불렀다.

에델만은 이 네 개의 사슬이 이황화 결합으로 연결되어 전체 항체 분자를 형성한다는 것을 밝혔다. 두 개의 중쇄가 가운데에서 서로 연결되고, 각 중쇄에 경쇄 하나씩이 결합하는 구조였다.

더 나아가 에델만은 각 사슬이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변 부위(variable region)는 항체마다 서열이 다르다. 정상 부위(constant region)는 같은 종류의 항체에서 서열이 일정하다. 그는 가변 부위가 항원 특이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수백만 가지 다른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이 가변 부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Y자형 구조의 완성

 

포터의 조각들과 에델만의 사슬들을 합쳐보면 완전한 그림이 나온다.

항체는 두 개의 중쇄와 두 개의 경쇄로 이루어진 Y자형 구조다. Y자의 두 팔 각각에 항원 결합 부위가 있다. 이것이 포터가 발견한 두 개의 Fab 조각에 해당한다. Y자의 줄기 부분이 포터의 Fc 조각에 해당하며, 면역 세포와 상호작용하는 부위다.

Y자의 각 팔은 중쇄 하나와 경쇄 하나가 결합한 것이다. 이 팔의 끝 부분, 즉 항원 결합 부위는 중쇄와 경쇄 각각의 가변 부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변 부위의 서열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모양의 항원에 맞게 결합할 수 있다.

이 Y자형 구조는 항체의 두 가지 기능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팔 부분은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한다. 줄기 부분은 면역 반응을 증폭하고 조절하는 신호를 보낸다. 마치 집게의 두 집게 손가락이 물체를 잡고, 손잡이 부분이 잡는 힘을 제어하는 것처럼.

포터와 에델만의 연구는 이처럼 서로 보완적이었다. 포터가 기능적 조각들을 밝혔다면, 에델만은 그 조각들을 이루는 사슬들의 연결 방식을 밝혔다. 두 연구가 합쳐지면서 항체의 분자적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 경쟁과 협력, 그리고 아직 남은 질문들

 

항체 구조 연구는 당시 치열한 경쟁 속에 있었다. 알프레드 니소노프, 헨리 쿤켈 등 다른 저명한 면역학자들도 항체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고 있었다. 니소노프는 펩신 효소를 이용해 F(ab')₂ 조각을 발견했다. 이는 항원에 결합하는 능력을 가진 또 다른 조각으로, 항체 구조 이해를 더 깊게 했다.

하지만 노벨 위원회가 에델만과 포터를 선택한 것은, 이들의 연구가 항체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Y자형 사슬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조각들을 발견하는 데서 나아가, 그 조각들이 어떻게 하나의 완전한 기능적 분자를 이루는지를 통합적으로 설명했다.

에델만은 항체 연구 이후 더 큰 질문으로 나아갔다. 항체의 다양성은 어디서 오는가. 수백만 가지 서로 다른 항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970년대 이후 스스이 도네가와, 리사 스트로민저 등의 연구로 밝혀졌다. 도네가와는 항체의 다양성이 V, D, J 유전자 절편의 무작위 조합에서 나온다는 것을 밝혀 1987년 노벨상을 받았다. 에델만과 포터의 구조 연구가 이 다양성 연구의 기반을 제공했다.

에델만은 만년에 신경과학으로 전향해 의식의 신경 기반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가 면역학에서 신경과학까지 넘나들며 생명의 근본 질문들을 탐구한 지적 여정은 과학자의 상상력이 얼마나 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항체가 만든 의학 혁명

 

에델만과 포터의 발견이 현대 의학에 미친 영향은 헤아리기 어렵다.

가장 직접적이고 혁명적인 응용은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mAb)의 개발이다. 항체 구조를 알게 되면서, 특정 표적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가능해졌다. 1975년 세자르 밀스테인과 조지 쾰러가 단일클론 항체 제조 기술을 개발해 1984년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 또한 에델만-포터의 구조 연구 위에 서 있다.

오늘날 암 치료에서 단일클론 항체는 혁명적인 무기가 되었다. 특정 암세포의 표면 단백질만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림프종 치료의 리툭산(리툭시맙), 다발성 골수종 치료의 달라투무맙. 이 약물들 하나하나가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단일클론 항체가 쓰인다.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촉진하는 특정 사이토카인을 차단함으로써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건선 등의 증상을 조절한다. TNF-α를 차단하는 휴미라(아달리무맙)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진단 분야에서 항체의 특이성은 질병 진단을 혁신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HCG 호르몬에 대한 항체를 이용한다. 코로나19 신속 진단 키트는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이용한다. HIV 진단, 혈액형 검사, 알레르기 진단. 모두 항체-항원 반응의 특이성에 기반한다.

에볼라나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에서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 있는 항체를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특정 바이러스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용 항체 개발도 이들의 연구에 기반한다.


 

📝 생명의 방어 시스템이 담고 있는 지혜

 

제럴드 M. 에델만과 로드니 R. 포터가 밝혀낸 항체의 Y자형 구조는 생명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걸작 중 하나다.

두 개의 팔로 항원을 잡고, 줄기 부분으로 면역 반응을 증폭하는 이 구조는 기능적으로 완벽하다. 팔 끝의 가변 부위는 수백만 가지로 다양할 수 있어 거의 모든 외부 침입자에 대응한다. 정상 부위는 동일해서 면역 시스템과의 통신을 담당한다. 기능적 다양성과 구조적 통일성이 하나의 분자에 통합된 것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게 된 것이 현대 면역학과 항체 의약품의 출발점이었다. 포터가 파파인으로, 에델만이 환원제로 항체를 분해하는 실험을 했을 때, 그들은 단지 분자 구조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생물의약품 산업의 기초를 놓고 있었다.

기초 과학 연구가 당장의 응용을 목표로 하지 않았어도 결국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에델만과 포터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항체의 구조를 알고 싶었던 과학적 호기심이, 수십 년 후 수억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약물로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끈기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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