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전혀 다른 두 종류의 미지를 향한 두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한 사람은 전 세계 인류의 혈액을 수집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하다, 뜻밖의 항원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파푸아뉴기니의 고립된 산악 마을에서,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신비한 병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 곁에서 수년을 보냈습니다.
바루크 S. 블룸버그와 D. 칼턴 가이두섹 — 이 두 사람이 발견한 것은 B형 간염 바이러스와 프리온 질병의 실체였습니다. 그리고 그 발견은 수억 명의 생명을 구하는 백신으로, 광우병과 알츠하이머 연구의 문으로 이어졌습니다.
🕰️ 설명할 수 없는 두 가지 공포
1950년대와 1960년대, 의학계는 두 가지 불가사의한 현상 앞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수혈 후 간염이었습니다. 수혈을 받은 환자들 중 상당수가 얼마 뒤 간염에 걸리는 사태가 반복되었습니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추정되었지만, 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이 감염원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수혈의 안전성을 보장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파푸아뉴기니 고산지대 포레족 사이에서 퍼지는 쿠루(Kuru)라는 병이었습니다. 쿠루는 현지어로 '떨림'을 의미했습니다. 환자들은 점진적으로 균형 감각을 잃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며, 결국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서 죽어갔습니다. '웃는 죽음'이라고도 불린 이 병은 수년에 걸쳐 환자를 서서히 파괴했습니다.
왜 포레족에게만 이 병이 나타나는가? 유전병인가? 전염병인가? 독물인가? 아무도 몰랐습니다. 당시까지 의학계에 전혀 보고된 적 없는 질환이었습니다.
🖊️ 유전학자와 탐험가의사 — 전혀 다른 두 사람
바루크 S. 블룸버그(Baruch S. Blumberg)는 1925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과 생화학을 공부한 그는 인류 유전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의 초기 연구 주제는 단순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지역의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를 혈액 단백질 분석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혈액 샘플을 수집했습니다.
어떤 질병에 대한 유전적 감수성이 집단마다 왜 다른지를 탐구하던 중, 그는 혈청 단백질 변이를 연구하기 위한 면역학적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수혈을 많이 받은 환자들의 혈액은 다양한 혈청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혈청 단백질 변이를 발견하기 좋은 시료였습니다.
D. 칼턴 가이두섹(D. Carleton Gajdusek)은 1923년 미국 뉴욕 욘커스에서 태어났습니다. 로체스터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소아과 의사로 훈련받은 그는 열대 의학, 바이러스학, 면역학에 걸쳐 폭넓은 관심을 가진 탐험가적 기질의 과학자였습니다.
1956년, 가이두섹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의학 연구자 맥팔레인 버넷의 소개로 파푸아뉴기니 동쪽 고산지대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쿠루를 처음 목격했습니다. 포레족 마을에서 사람들이 떨림과 보행 장애로 쓰러지는 모습, 그리고 어째서인지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 걸린다는 사실이 그를 사로잡았습니다.
가이두섹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포레족 마을에 정착하여 함께 생활하면서, 환자들의 증상을 기록하고 혈액과 조직 샘플을 수집했습니다.
🔬 호주 항원과 뇌를 먹는 풍습 — 두 발견의 전말
블룸버그의 연구는 1963년 뜻밖의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수혈을 여러 번 받은 혈우병 환자의 혈액을 분석하던 중, 그는 호주 원주민의 혈청과 특이하게 반응하는 항체를 발견했습니다. 이 반응은 호주 원주민의 혈청에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항원이 존재함을 의미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호주 항원(Australia Antigen)이라 명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유전적 다형성의 일종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연구팀 직원 한 명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혈액 보관 표본들을 정리하다 갑자기 간염에 걸렸는데, 그 혈액에서 호주 항원이 검출된 것입니다.
이 발견은 블룸버그에게 번뜩임을 주었습니다. 호주 항원이 간염 바이러스와 연관된 것은 아닐까?
집요한 추적 끝에, 호주 항원이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HBsAg)임이 밝혀졌습니다. 혈액에서 이 항원이 검출되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이로써 B형 간염의 진단 검사가 가능해졌고, 수혈 혈액의 선별 검사로 수혈 후 간염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블룸버그는 이 표면 항원을 이용한 백신 개발에도 기여했습니다. B형 간염 백신은 최초의 암 예방 백신이기도 합니다. B형 간염은 만성화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가이두섹은 쿠루 연구에서 서서히 패턴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유전병으로 가정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쿠루는 특정 가족에만 한정되지 않았고, 마을 전체에 퍼져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단서는 성별과 나이 분포였습니다. 여성과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걸렸고, 성인 남성은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가이두섹은 포레족의 장례 풍습에 주목했습니다. 포레족에게는 죽은 친족의 신체를 먹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장례 의식에서 뇌를 포함한 신체 일부를 섭취하는 것은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 담당했습니다. 성인 남성은 근육만 먹었습니다.
가이두섹은 쿠루가 이 장례 의식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쿠루로 사망한 포레족 환자의 뇌 조직을 침팬지에게 접종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수년을 기다린 끝에, 접종된 침팬지에서 쿠루와 동일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쿠루는 전염성이 있는 질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염원은 알려진 어떤 바이러스나 세균도 아닌, 전혀 새로운 무언가였습니다.
가이두섹은 이것을 느린 바이러스(slow virus)라고 불렀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스탠리 프루시너는 이 감염원이 단백질만으로 이루어진 프리온(Prion)임을 밝혀내고 1997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 발견의 출발점은 가이두섹의 쿠루 연구였습니다.
🎭 우연한 발견과 오래된 의혹
블룸버그의 발견은 처음에 학계의 무관심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호주 항원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많은 연구자들은 그것이 간염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혈청 단백질 변이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가 끈질기게 증거를 모으고 연결 고리를 추적하지 않았더라면, 이 발견은 묻혔을 것입니다.
가이두섹의 전염병 가설은 더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과학계는 신경계를 공격하는 전염성 질환이라는 개념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잠복기가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른다는 것은 당시의 바이러스학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쿠루가 전염성임을 증명하는 데 가이두섹은 수년간의 동물 실험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가이두섹의 삶은 노벨상 이후 어두운 그림자에 덮였습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파푸아뉴기니 고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양육했는데, 그중 일부가 성인이 된 후 아동 성 학대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1996년 가이두섹은 성 학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습니다. 위대한 과학적 업적과 용납할 수 없는 개인적 범죄가 한 인물 안에 공존한 이 사례는, 과학자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복잡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B형 간염 백신에서 프리온 연구까지 — 현재와 미래
블룸버그의 발견이 낳은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B형 간염 백신입니다.
오늘날 B형 간염 백신은 전 세계 신생아 필수 예방 접종의 일부입니다. 이 백신의 보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 발생이 예방됩니다. 특히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았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간암 감소는 이 백신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혈액 안전 검사 또한 혁명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모든 헌혈 혈액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필수적으로 거치며, 이로써 수혈로 인한 감염 위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습니다.
가이두섹의 쿠루 연구가 연 프리온 질병 분야는, 이후 광우병(BSE),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연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1996년 영국에서 광우병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질환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가이두섹의 연구가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프리온 연구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백질의 오접힘(misfolding)과 응집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개념은 이들 질환과 공통된 메커니즘을 시사하며,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열고 있습니다.
📝 우연과 집념 — 과학이 미지 앞에서 가르쳐주는 것
블룸버그와 가이두섹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과학적 발견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블룸버그의 경우, 목적과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이 찾아왔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하던 도중 예상치 못한 항원과 마주쳤고, 그 낯선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 결과가 B형 간염 바이러스였습니다. 이것은 과학에서 우연의 역할과, 그 우연을 포착하는 섬세한 관찰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가이두섹의 경우, 낯선 문화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현장에서 증거를 모으는 집념이 발견을 만들었습니다. 실험실 바깥, 문명 세계의 끝에서 미지의 병과 씨름한 그의 헌신은 과학이 때로 모험가의 태도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가이두섹의 개인적 범죄는 과학자를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것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위대한 발견을 한 사람도 인간이며,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업적과 인격은 분리하여 평가해야 하지만, 분리한다고 해서 어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함께 안고 가는 것이 과학사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두 사람의 발견은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질병들, 아직 원인을 모르는 죽음들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으려 하는 인간의 의지 — 그것이 의학이 나아가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