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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_New Novel/315_[NEW] 노벨생리의학상

[1981 노벨생리의학상] 데이비드 H. 휴벨, 로저 W. 스페리, 토르스텐 N. 비셀 :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 시각 피질의 비밀과 두 개의 마음

by 어셈블러 202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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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흔들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본다'는 행위가 사실 뇌가 수백만 개의 신경 세포를 동원하여 빛의 조각들을 조립해내는 능동적 구성 작업임이 밝혀졌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나라고 믿어온 나의 뇌가 사실은 두 개의 독립적인 의식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발견이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H. 휴벨과 토르스텐 N. 비셀은 시각 피질의 신경 세포들이 어떻게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지를 밝혔습니다. 로저 W. 스페리는 뇌량이 절단된 환자들을 연구하여, 좌뇌와 우뇌가 각각 독립적인 기능과 의식을 가진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 뇌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시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뇌는 과학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뇌가 전체적으로 통합되어 기능한다는 전체론(holism), 다른 하나는 특정 뇌 부위가 특정 기능을 담당한다는 국소화 이론(localization)이었습니다. 두 관점은 수십 년간 충돌했습니다.

한편에서는 행동주의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뇌의 내부 메커니즘을 블랙박스로 취급했습니다. 자극과 반응의 관계만 연구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에 전기 생리학이 발전하면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미세 전극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뇌의 개별 신경 세포 하나하나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뇌의 특정 세포가 어떤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뛰어든 과학자들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 고양이 눈에 전극을 꽂은 두 사람, 그리고 분리뇌 연구자

 

데이비드 H. 휴벨(David H. Hubel)은 1926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태어났습니다. 몬트리올의 맥길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존스 홉킨스 대학교를 거쳐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신경 생리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토르스텐 N. 비셀(Torsten N. Wiesel)은 1924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태어났습니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스웨덴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휴벨과 합류하여 수십 년간 지속될 협력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58년,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였습니다. 당시 그들이 공동 지도를 받은 스티븐 쿠플러(Stephen Kuffler)는 이미 망막 신경절 세포가 빛의 패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쿠플러의 연구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망막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가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추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들의 방법은 단순했지만 정교했습니다. 마취된 고양이의 시각 피질에 미세 전극을 삽입하고, 고양이의 눈앞에 다양한 시각 자극을 제시하면서 어떤 신경 세포가 반응하는지를 기록했습니다.

초기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화면에 점을 비추거나 선을 보여줘도 세포들이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좌절하던 어느 날, 슬라이드를 넣는 과정에서 슬라이드 가장자리가 특정 각도로 우연히 시야를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기록 장비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나왔습니다.

특정 각도로 기울어진 선을 제시했을 때만 반응하는 세포가 있었습니다.

이 우연한 발견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로저 W. 스페리(Roger W. Sperry)는 1913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벌린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공부하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초기에는 신경 섬유의 발달과 재생을 연구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옮겨 뇌 반구 기능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은, 간질 치료를 위해 뇌량 절단술(corpus callosotomy)을 받은 환자들이었습니다. 뇌량은 좌우 뇌를 연결하는 거대한 신경 섬유 다발로, 이것이 절단되면 두 반구 사이의 정보 교환이 차단됩니다. 극심한 간질 발작을 가진 환자들에게 뇌량 절단은 발작을 줄이는 유효한 치료법이었습니다.

스페리는 이 분리뇌(split-brain)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교한 실험들을 설계했습니다.


 

🔬 방향을 인식하는 세포와 두 개의 뇌

 

휴벨과 비셀이 발견한 것은 시각 정보 처리의 계층적 구조였습니다.

1차 시각 피질(V1)에는 적어도 세 종류의 세포가 있었습니다.

단순 세포(Simple Cells)는 특정 위치의 시야에서 특정 방향의 선이나 가장자리에만 반응했습니다. 수직선에 반응하는 세포, 30도 기울어진 선에 반응하는 세포 — 각 세포는 자신만의 선호 방향이 있었습니다.

복합 세포(Complex Cells)는 단순 세포보다 더 넓은 시야 영역에서 반응했으며, 선이 움직여도 반응을 유지했습니다. 위치보다 움직임에 더 민감한 세포들이었습니다.

과복합 세포(Hypercomplex Cells)는 선의 길이도 중요했습니다. 너무 길거나 너무 짧은 선에는 반응하지 않고, 특정 길이의 선에만 반응했습니다.

이 계층적 구조는 시각 정보가 뇌에서 점점 더 복잡한 특징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망막에서 점의 형태로 들어온 빛 정보가, V1에서 선과 방향으로, 그 이후 고차 시각 피질에서 형태와 물체로 조합되어 갑니다.

휴벨과 비셀은 또한 발달에 대한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태어난 직후 한쪽 눈을 일정 기간 가리면, 그 눈에 해당하는 시각 피질의 신경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영구적인 시각 손상이 생겼습니다. 이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지나면 회복이 불가능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시각 자극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었습니다.

스페리의 분리뇌 연구는 뇌 반구의 기능 분화를 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오른쪽 시야로 들어온 정보는 좌뇌에서 처리됩니다. 분리뇌 환자의 오른쪽 시야에 '사과'라는 단어를 보여주면, 환자는 "사과"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왼쪽 시야에 같은 단어를 보여주면, 환자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왼손으로 여러 물체 중에서 사과를 골라낼 수는 있었습니다.

왼쪽 시야의 정보는 우뇌에서 처리되는데, 뇌량이 절단되어 좌뇌(언어 담당)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뇌는 그 정보를 알고 있었고, 손동작이라는 비언어적 방법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실험은 좌뇌가 언어, 논리, 분석에 특화되어 있고, 우뇌는 공간 지각, 형태 인식, 전체적 사고에 특화되어 있다는 뇌 반구 특수화(hemispheric specialization)를 증명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분리뇌 환자에서 좌뇌와 우뇌가 각각 서로 다른 의식을 가지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우연한 발견과 의식에 관한 논쟁

 

휴벨과 비셀의 이야기에는 과학에서 우연의 역할이 잘 담겨 있습니다.

수년간의 실패 끝에, 슬라이드 가장자리가 우연히 적절한 각도로 지나간 그 순간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그 우연은 수년간의 준비 없이는 인식될 수 없었습니다. 오랜 훈련과 경험이 있었기에, 그 폭발적인 반응 신호를 포착하고 그 의미를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리의 연구는 더 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분리뇌 환자들이 두 개의 독립적인 의식을 가진다면, 하나의 몸 안에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의식의 통일성이란 무엇인가? 뇌량이라는 물리적 연결이 끊어지면 자아도 둘로 나뉘는가?

이 질문들은 철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분리뇌 환자들의 행동이 두 의식의 증거라기보다는 뇌 손상으로 인한 특수한 반응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페리 자신은 연구 결과가 뇌의 기능적 조직과 의식의 신경학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논쟁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뇌 과학이 의식이라는 오래된 철학적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 인공 신경망에서 약시 치료까지

 

데이비드 H. 휴벨, 토르스텐 N. 비셀, 로저 W. 스페리의 연구는 오늘날 우리의 기술과 의학 깊은 곳에 녹아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응용은 인공지능 분야입니다. 휴벨과 비셀이 발견한 시각 피질의 계층적 정보 처리 방식은,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의 설계 원리가 되었습니다. 단순 세포가 가장자리를 감지하고, 복합 세포가 형태를 조합하는 방식이, CNN에서 초기 계층이 선과 가장자리를, 후기 계층이 물체를 인식하는 구조로 구현되었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의 얼굴 인식, 자율주행차의 물체 감지, 의료 영상의 AI 판독 — 이 모든 것이 CNN 기반입니다. 그리고 CNN의 설계는 1950년대 고양이 실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아 약시(amblyopia) 치료는 휴벨과 비셀의 결정적 시기 발견에서 직접 나왔습니다. 한쪽 눈에 약시가 있는 아이를 조기에 발견하여, 결정적 시기 안에 가림 치료(건강한 눈을 가려서 약시 눈을 강제로 사용하게 하는 치료)를 시행하면 정상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이 남습니다.

스페리의 연구는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 손상 후 재활 치료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좌뇌가 손상되어 언어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우뇌의 멜로디 처리 능력을 활용하는 멜로디 억양 치료(MIT)가 개발된 것도 뇌 반구 특수화 연구의 결과입니다.


 

📝 보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다 — 뇌, 지각, 그리고 나

 

휴벨, 비셀, 스페리의 연구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본다'고 말할 때, 그것은 눈이 카메라처럼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망막에서 들어온 빛 신호는 수백만 개의 신경 세포를 거치며 분해되고, 재조합되고, 해석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시각 이미지가 됩니다. 뇌는 능동적으로 세상을 구성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지각이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대, 경험, 감정 — 이것들이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장면을 보면서 다른 것을 인식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스페리의 분리뇌 연구는 더 급진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통일된 자아는 과연 얼마나 견고한 것인가? 뇌량이라는 물리적 연결 위에 유지되는 통일성이라면, 그 연결이 끊어졌을 때 무엇이 남는가?

이 질문들은 과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 종교, 예술과 맞닿아 있습니다. 세 과학자의 연구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갖는 오래된 확신들을 흔들면서, 더 깊고 더 솔직한 탐구를 촉구합니다.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알려진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 뇌가 자신을 이해하려 한다 — 세 과학자의 이야기는 그 경이롭고 역설적인 시도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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