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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_Novel/305_노벨화학상

[2024 노벨화학상]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하사비스, 존 점퍼 : AI로 생명의 퍼즐을 풀다, 단백질 설계와 구조 예측의 혁명

by 어셈블러 2025.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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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묵은 수수께끼, AI가 단숨에 풀다

 

생명체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구슬이 꿰어진 긴 사슬입니다. 1972년 노벨상 수상자인 크리스천 앤핀언은 "아미노산 순서가 결정되면, 단백질의 3차원 모양도 저절로 결정된다" 고 했습니다.

이 말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했지만, 현실은 악몽이었습니다. 아미노산 사슬이 꼬이고 접혀서 입체 구조가 되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미노산 서열(설계도)만 보고, 이 단백질이 어떻게 생겼는지(완성품) 예측할 수 있을까?"

'단백질 접힘 문제(Protein Folding Problem)' 는 지난 50년 동안 생물학자들을 괴롭혀 온 가장 거대한 난제였습니다. 엑스선이나 전자 현미경으로 하나를 찍는 데만 수년이 걸렸으니까요.

그런데 2020년, 이 난공불락의 성벽이 인공지능(AI) 에 의해 단숨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인간이 수년 걸려 풀던 문제를, AI는 단 몇 분 만에 풀어버린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은 컴퓨터와 AI를 도구로 삼아 생명의 구조를 마스터한 세 명의 혁명가입니다.

자연에 없는 단백질을 컴퓨터로 창조해 낸 단백질 설계의 거장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그리고 바둑왕 '알파고'를 만든 기술로 단백질의 비밀을 푼 구글 딥마인드의 천재들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존 점퍼(John Jumper).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AI의 힘으로 생명의 설계도를 해독하고, 나아가 새로운 생명을 디자인하게 된 경이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데이비드 베이커 :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단백질 설계'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은 미국 워싱턴 대학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입니다. 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꿈을 꾸었습니다.

"기존에 있는 단백질 구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세상에 없는 새로운 단백질' 을 내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을까?"

자연계의 단백질은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하지만 베이커는 컴퓨터를 이용해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아미노산을 배치하면, 자연에는 없지만 인간에게 유용한 새로운 효소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990년대 말, 그는 '로제타(Rosetta)' 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미노산들이 서로 당기고 미는 힘을 계산해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찾아줍니다.

2003년, 베이커는 이 로제타를 이용해 'Top7' 이라는 단백질을 설계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자연계의 어떤 단백질과도 닮지 않은, 오직 컴퓨터 알고리즘으로만 탄생한 '인공 단백질' 이었습니다.

실제로 합성해 본 결과, 컴퓨터가 예측한 모양과 똑같이 접혔습니다.

"우리는 이제 진화의 속도를 기다릴 필요 없이, 필요한 단백질을 컴퓨터로 '설계(Design)'해서 쓸 수 있다."

베이커는 이 기술로 바이러스를 막는 단백질, 펜타닐 같은 독소를 감지하는 센서 등 자연이 상상하지 못한 물질들을 창조해 냈습니다.

 

🧐 데미스 하사비스 & 존 점퍼 : 알파고의 다음 상대는 '단백질'

 

베이커가 '창조'의 문을 열었다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존 점퍼는 '예측'의 끝판왕을 보여주었습니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은 바둑 AI '알파고'를 만든 하사비스는 다음 목표를 찾고 있었습니다. "게임은 끝났다. 이제 진짜 과학 난제를 풀자."

그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단백질 접힘 문제' 였습니다. 2018년, 그들은 '알파폴드(AlphaFold)' 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첫 등장부터 압도적이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다른 팀들을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사비스와 수석 연구원 존 점퍼는 AI 모델을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그들은 단백질 서열 정보와 진화적 연관성, 그리고 물리학적 제약을 모두 학습시킨 '알파폴드2(AlphaFold2)' 를 개발했습니다.

⚡️ 2020년의 충격 : 실험과 구별할 수 없다

2020년 CASP 대회에서 알파폴드2가 보여준 성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예측 정확도가 90점을 넘었습니다. 이것은 엑스선이나 전자 현미경으로 고생해서 찍은 실제 실험 결과와 오차 범위 내에서 똑같다는 뜻입니다.

"50년 묵은 단백질 접힘 문제는, 이제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심사위원들은 경악했고, 생물학계는 환호했습니다. 수년이 걸리던 구조 분석이 클릭 한 번으로 몇 분 만에 끝나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딥마인드는 인류가 밝혀낸 거의 모든 단백질(약 2억 개)의 구조를 예측하여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해 버렸습니다. 누구나 공짜로 생명의 지도를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AI가 바꾼 과학의 풍경

 

이 세 사람의 업적이 합쳐지면서 생명공학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습니다.

  1. 신약 개발의 가속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순식간에 예측하여 백신 개발을 도왔고, 암세포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2. 난치병 연구: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처럼 단백질이 잘못 접혀서 생기는 병의 원인을 시뮬레이션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플라스틱 분해 효소: 베이커의 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인공 효소를 설계하여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과거에는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시약을 섞는 것이 생물학이었다면, 이제는 코딩을 하고 AI 모델을 돌리는 것이 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 노벨상 : 화학과 컴퓨터의 융합

 

2024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 세 사람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합니다.

  • 데이비드 베이커: 계산을 통한 단백질 설계 (1/2)
  • 데미스 하사비스 & 존 점퍼: 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한 AI 모델 개발 (1/2)

노벨 위원회는 "이들은 아미노산 서열과 단백질 구조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마스터했다. 한쪽은 구조를 예측하고, 한쪽은 새로운 구조를 창조했다. 이것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발견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화학상이지만,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컴퓨터 과학자, 뇌과학자, 물리학자가 섞여 있습니다. 현대 과학이 학문의 경계를 넘어 '융합'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 TMI : 천재들의 이력

 

1. 체스 신동 하사비스

데미스 하사비스는 어릴 때 체스 신동으로 유명했습니다. 13세 때 체스 마스터 수준에 도달했고, 이후 비디오 게임 개발자('테마파크' 등 개발)로 일하다가 뇌과학과 AI로 전향했습니다. 그는 "게임에서 배운 전략적 사고가 과학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2. 베이커의 오픈 소스 정신

데이비드 베이커는 자신이 만든 '로제타' 프로그램을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 '폴드잇(Foldit)' 을 만들었습니다. 게이머들이 단백질 구조를 접는 게임을 하면서 실제 과학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게 만든 것입니다.

3. 젊은 천재 존 점퍼

존 점퍼는 1985년생으로, 노벨상 수상 당시 39세의 젊은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단백질 시뮬레이션에 매료되어 딥마인드에 합류했고, 알파폴드2 개발을 주도하며 역사를 썼습니다.

 

🌏 맺음말 : 상상 그 이상의 미래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하사비스, 존 점퍼는 우리에게 "AI는 인류의 지성을 확장하는 도구" 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었던 생명의 복잡성을, AI라는 렌즈를 통해 명쾌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연이 준 단백질을 수동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넘어, 원하는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창조하는 '단백질의 데미우르고스(조물주)' 가 되었습니다.

이들이 연 새로운 시대에, 과연 어떤 기적 같은 치료제와 신소재가 탄생하여 우리의 삶을 바꿀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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