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9년 12월, 스톡홀름.
시상대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올랐습니다. 영국의 아르투르 하르덴과 스웨덴의 한스 폰 오일러첼핀.
두 사람은 각자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했지만, 하나의 공통된 주제 위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발견들을 이루었습니다. 그 주제는 발효 — 설탕이 효소의 작용으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변하는 그 오래된 과정의 화학적 비밀이었습니다.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발효를 이용했습니다. 와인, 맥주, 식초, 빵 — 이 모든 것들이 발효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발효가 정확히 어떤 화학적 반응들의 연쇄로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무엇인지는 20세기 초반까지도 수수께끼였습니다.
하르덴과 오일러첼핀은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제공했습니다. 그들의 발견은 현대 생화학과 대사 연구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 수상 이유 — 당 발효와 발효 효소
"for their investigations on the fermentation of sugar and fermentative enzymes"
당 발효와 발효 효소에 대한 연구 — 두 사람은 같은 수상 이유로 함께 상을 받았지만, 각자의 기여는 서로 다른 측면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하르덴의 핵심 발견은 발효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효소(자이마제, 지금의 용어로는 효소 복합체) 외에 내열성 보조인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보조인자를 코자이마제 (코엔자임)라고 불렀고, 또한 발효 중간 산물로 과당-1,6-이인산 (Fructose-1,6-bisphosphate, 헥소스 이인산)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최초로 발견된 대사 중간 산물 중 하나입니다.
오일러첼핀의 공헌은 코자이마제의 화학적 본질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코자이마제가 뉴클레오타이드 — 나중에 NAD⁺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로 밝혀지는 — 임을 규명했습니다.
📜 아르투르 하르덴 — 맨체스터의 화학자
아르투르 하르덴은 1865년 10월 1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앨버트 하르덴은 사업가였습니다. 하르덴은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영국 최초의 공중보건 연구소 중 하나인 브리티시 인스티튜트 오브 프리벤티브 메디신에 화학자로 취직했습니다.
1905년, 하르덴은 효모 추출물의 발효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발효의 화학 — 하르덴의 발견
하르덴은 효모 추출물(효모 세포를 으깨어 얻은 액체)의 발효를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신선한 효모 추출물은 설탕(포도당)을 활발하게 발효시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추출물을 75℃로 가열하면 발효 활성을 잃었습니다 — 이것은 효소(단백질)가 열에 의해 변성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열처리로 활성을 잃은 추출물과 신선한 추출물을 섞으면 발효 활성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열처리를 해도 파괴되지 않는 무언가가 발효에 필요했습니다.
하르덴은 이것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열에 불안정한 성분(효소, 단백질)과 열에 안정한 성분(하르덴이 '코자이마제'라 부른 것)이 모두 있어야 발효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그는 발효 과정에서 인산염이 소비되는 것을 관찰했고, 과당-1,6-이인산이라는 발효 중간 산물을 분리했습니다.
코자이마제의 예감
코자이마제 — 발효에 필요한 열에 안정한 보조인자 — 가 무엇인지는 하르덴이 완전히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다음 단계의 연구, 즉 오일러첼핀의 몫이었습니다.
📜 한스 폰 오일러첼핀 — 독일-스웨덴의 생화학자
한스 카를 아우구스트 시몬 폰 오일러첼핀은 1873년 2월 15일, 독일 바이에른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성 '폰 오일러첼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유명한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후손이었습니다. 귀족 가문 출신이었으며, 어린 시절부터 미술과 음악을 즐겼습니다.
뮌헨, 베를린, 스트라스부르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1895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베를린에서 물리화학자 야코뷔스 판트호프의 영향을 받았고, 스톡홀름 대학교로 이직하여 1906년 스웨덴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그의 아들 울프 폰 오일러도 197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 신경전달물질 노르에피네프린을 발견한 공로로. 부자가 모두 노벨상을 받은 드문 사례입니다.
코자이마제의 화학적 본질 규명
오일러첼핀은 하르덴이 발견한 코자이마제의 화학적 본질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그는 코자이마제가 뉴클레오타이드 — 아데닌, 니코틴아마이드, 리보스, 인산으로 구성된 복합 분자 — 임을 규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NAD⁺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입니다. 현대 생화학에서 NAD⁺는 에너지 대사의 가장 핵심적인 보조효소(코엔자임) 중 하나입니다.
NAD⁺ — 모든 생명의 에너지 통화
NAD⁺는 수소 운반체 역할을 합니다.
대사 반응에서 유기 화합물이 산화될 때(수소를 잃을 때), NAD⁺가 그 수소(전자 + 양성자)를 받아 NADH로 환원됩니다:
NAD⁺ + H⁺ + 2e⁻ → NADH
NADH는 이후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로 전달되어 ATP(세포의 에너지 화폐)를 생산하는 데 사용됩니다.
포도당이 해당과정, TCA 회로, 전자전달계를 거쳐 완전 산화될 때, NAD⁺/NADH 변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오일러첼핀이 코자이마제의 구조를 밝힌 것은, 생명의 에너지 대사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를 찾아낸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 발효 연구가 열어준 세계 — 해당 과정의 발견
하르덴과 오일러첼핀의 연구는 더 큰 발견을 향한 디딤돌이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포도당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변환되는 경로는 오늘날 해당과정 (Glycolysis, 엠브덴-마이어호프-파르나스 경로)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경로는 10단계의 효소 반응으로 이루어지며, 포도당 1분자에서 2분자의 피루브산이 생성되고 2분자의 ATP가 만들어집니다. 효모는 이어서 피루브산을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로 발효시키고, 사람과 동물은 피루브산을 미토콘드리아에서 TCA 회로를 통해 완전 산화시켜 더 많은 ATP를 생산합니다.
하르덴이 발견한 과당-1,6-이인산은 해당과정의 6번째 단계 생성물로, 이후 두 분자의 삼탄당 인산으로 분해됩니다. 코자이마제(NAD⁺)는 해당과정의 6번째 반응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두 발견이 없었다면 해당과정의 완전한 해명은 훨씬 더 늦어졌을 것입니다.
🌍 생화학의 황금기
1929년은 생화학이라는 학문이 독립적인 분야로 자리잡아가는 시기였습니다.
1878년 빌헬름 퀴네가 효소(enzym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1897년 에두아르트 부흐너는 살아있는 효모 세포 없이 세포 추출물만으로 발효가 일어남을 증명하여 1907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하르덴과 오일러첼핀의 연구는 이 흐름을 이어받아, 발효의 구체적인 화학적 메커니즘 — 효소 + 코엔자임의 협력, 중간 산물의 존재 — 을 밝혀낸 것이었습니다.
이후 에른스트 크레브스, 프리츠 리프만, 한스 크레브스 등이 TCA 회로와 고에너지 인산 결합(ATP)을 발견하면서 세포 에너지 대사의 전체 그림이 완성되어 갔습니다. 이 모든 발전의 기반에 하르덴과 오일러첼핀의 발효 효소 연구가 있었습니다.
두 수상자의 만년
하르덴은 1940년 6월 17일, 영국 에임으로에서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일러첼핀은 훨씬 오래 살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 독일과 협력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전후에는 스웨덴에서 계속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1964년 11월 6일, 스톡홀름에서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발효의 비밀을 파헤친 두 화학자 — 설탕이 알코올이 되는 과정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들은, 결국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 대사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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